만약 우리에게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이루어진 가로세로높이 2미터 크기의 정육면체가 생긴다면 그것으로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요? 지난 5월 7일부터 16일 사이에 강원, 충청, 광주, 경북, 전북, 부산 등 전국 각지에 있는 10개의 커뮤니티에 큐브 프레임이 배달되었습니다. 큐브와 함께 다음과 같은 안내사항도 전달되었지요.

“즐겁고 신나게 재미난 작업을 만들어주세요!”

위험한 재료를 피하고,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교환하며 만드는 등 간단한 몇 가지 규칙을 지키기만 한다면 큐브는 어떤 것이라도 담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자 작지만 큰 세계가 되었습니다. 큐브 제작에 참여한 어린이, 청소년, 교사, 지역주민, 문화기획자, 예술가 등 서로 다른 주체들은 저마다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큐브를 놀이터, 휴식 공간, 아지트, 장난감, 작품으로 완성시켰습니다. 예를 들면 미러볼과 거울이 달린 셀프 노래방 큐브, 직접 올라타고 놀 수 있는 미끄럼틀 큐브, 줄에 달린 종을 울리지 않고 가운데 벨을 울려야 하는 미션임파서블 놀이터 큐브처럼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볼 수도 있어요!

상상하고 작업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된 10개의 아트큐브들은 주간 행사 기간 동안 누리꿈스퀘어 광장과 상암DMS거리 등 디지털미디어시티 일대에서 관람하고 즐길 수 있습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아트큐브들은 지역의 고민과 이야기, 예술가의 철학을 작품과 놀이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지역주민 공동체 황새둥지는 방학동 일대에 양말생산 작업장에서 버려지는 목재와 양말 자투리들을 컵받침, 방석 등으로 업사이클(Up-cycle,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높인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 하는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번 아트큐브에서는 황새둥지와 지역 어린이집, 초등학생과 주민들의 손길이 보태지면서 양말 자투리가 정글과 같은 멋진 그물망 놀이터로 변신하였습니다. 임택준 작가와 15명의 아이들이 손수 만든 ‘꿈꾸는 나무이야기’는 저 멀리 전북의 숲 향기를 듬뿍 담아서 돌아왔습니다. 큐브에 고무줄을 칭칭 감고, 인근 숲속에서 수집한 나뭇가지를 잘라서 색칠하고 고무줄에 건 이 작품은 쓰러진 나무를 만지고, 느끼고, 상상하며 나무에 생명을 부여하는 의미를 담아 설치되었습니다.

참여를 유도하는 재미있는 놀이가 결합된 작품도 눈에 띕니다. 시각예술가, 미디어 아티스트, 디자이너, 연극인 등 다양한 예술작가들로 구성된 인천의 콜렉티브 커뮤니티 스튜디오525(CCS525) 꾸물꾸물 문화학교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테트리스 게임의 도형을 큰 블록으로 만들어 함께 즐길 수 있는 ‘같이 테트리스, 가치 테트리스’를 개발합니다. 이 놀이는 두 명의 참여자가 힘을 합쳐 방향을 탐색하고, 낚싯대로 블록을 옮겨서 큐브 안에 넣어야만 진행되는 놀이로, ‘같이’ 해야만 완성시킬 수 있는 ‘가치’있는 놀이입니다.

그밖에 부산 홍티아트센터 입주 작가 그룹, 예술꽃 씨앗학교인 경북 항구초등학교와 강원 인제남초등학교, 광주 북구문화의집, 충남 금산 아트센터와 중부대학교가 참여한 아트 큐브까지 완성된 작품이 행사장으로 옮겨지고, 5월 23일 주간 행사 개막식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마지막 아트큐브를 포함한 열 개의 작품이 모두 모이면 다양한 의미와 색깔이 어우러지는 문화예술교육 축제 한마당을 이루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