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대하지 않는 마음이 사람과 지구를 구한다

<쓰레기 영웅>과 사라진 쓸모를 찾는 여정

인간의 쓸모가 사라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사회가 버리는 쓰레기가 그걸 전달하기에 매력적인 오브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크아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쓰레기로 조형작업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정크아트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버려지는 사회에 관해 얘기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비즈니스를 통해 변화도 만들고 싶어요. – 구형승 작가 2022년 발표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기후 비극을 막을 골든타임이 30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작은 실천이라도 해보겠다며 배달 음식은 시켜 먹지 않고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려 애써보지만, 어느새

부디 작은 나무를 심어주오

오늘부터 그린⑦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기다림의 미덕

전 지구에 불어닥친 기후 변화와 환경 위기를 우리 모두가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사실 그래도 괜찮을 정도로 멀리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 거리가 빠른 속도로 좁혀지더니 이제 매일매일 우리의 일상에서 그 위협을 직면하는 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연례행사가 된 극심한 폭염과 기록적인 가뭄과 장마, 숨통을 조여 오는 미세먼지 등등. 또 지난 2년간 우리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던 코로나19도 조금만 들여다보면 야생동물 서식처를 무분별하게 파괴하면서 시작된 큰 범주의 환경문제라는 것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매우 빠른 속도로 우리의 일상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상’ 가족에 관한 질문

극단 신세계 <한(부모)가족의 동행>

“그 시간을 통해 ‘한부모가족은 차별적 시선을 받을 거야, 그들로부터 차별적 시선을 극복하게 만들어줘야겠어’라는 생각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프로그램 설계를 완전히 전환했어요. 원래는 편견의 시선을 극복하기 위한 연극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했었는데, 사전연구 기간에 대상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피해자로서 규정 짓고, 동정받아야 하는 존재로 보고 있구나’ 깨달았어요.” 극단 신세계 부대표 김보경의 말이다. 당겨 말하면, 저 몇 문장이 이 긴 원고의 결론이다. 이 원고는 아마도 저 결론에 대한 각주가 될 듯하다. 자존감 회복? 인식개선? 인터뷰 전 작성한 질문지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이런

누가 보호망이 있는 세계를 지을 것인가

회복과 전환의 시작점

아무도 몰랐다. 2020년 3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우리가 서로에게 닿을 수 없는 시간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한 달이면 충분할 거야’란 막연한 믿음이 두 달이 되고, 반년이 되고, 한 해가 되고, 2년이 될 것이라고는. 시간의 흐름만이 아니다. 사람 사이도 그랬다. ‘잠시 떨어져 있으면 괜찮을 거야’란 믿음은 마치 오지 않는 고도를 기다리는 일처럼 되어버렸다. 타인의 현존을 잃은 예술가 그래도 우리는 나름 훌륭했다. 그 긴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서로를 보살피기 위해 노력했다. 마스크가 일상이 되었고, 온라인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고립되어 외로워진 사람들을

“사실 내게는 인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2021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아트 프로젝트 프리뷰

A 사실 내게는 인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인류가 나를 필요로 하지요. 그래요, 여러분의 미래는 내게 달려 있어요. 내가 흥하면 여러분도 흥합니다. 내가 비틀거리면 여러분도 비틀거리거나 안 좋아지지요. 그러나 나는 영겁의 세월을 존재해 왔어요. 그리고 여러분보다 더 위대한 종들을 먹여 왔어요. 그리고 여러분보다 더 위대한 종들을 굶겨 없애기도 했죠. 내 바다, 내 흙, 내 흐르는 하천, 내 숲 모두 여러분을 데려오거나 데려갈 수 있어요. 여러분이 매일 어떤 삶을 택하든. – ‘말하는 자연(Nature is Speaking)’ (줄리아 로버츠) ,『창의성의 기원』(에드워드 윌슨) 재인용 딱히 할

홀로 수업하지만, 혼자가 아니다

양정현 학교 예술강사(무용 분야)

ABC 올해 초 열린 아르떼 아카데미 학교 예술강사 대상 코스워크에서는 ‘정체성’을 주제로 학교에서 예술하는 어려움과 예술강사에게 기대하는 여러 역할, 역량 등을 다루었다. 여기에 패널로 참여한 양정현 예술강사는 올해 11년 차 예술강사인 동시에 예술, 융합,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애이비씨랩 교육이사로서 예술과 기술, 다양한 장르를 융복합한 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단체 활동만으로도 정신없이 바쁠 텐데도 예술강사 활동을 쉬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들”이라고 답한다. 보람과 긍지를 주는 아이들 덕분에 지금껏 소신 있게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는 양정현 예술강사를 ‘정체성’ 코스워크를 기획한 제환정 교수가

국가승인통계로 살펴본 문화예술교육의 현재

2020 문화예술교육조사 주요 결과

문화예술교육 경험 27.3% 학교·사회문화예술교육 참여 맞춤형 정책 마련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 이하 문체부)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이규석)과 함께 ‘2020 문화예술교육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3세 이상 일반 국민 6천여 명을 대상으로 2019년 9월 1일부터 2020년 8월 31일까지의 문화예술교육 참여율과 만족도 등 현황을 담은 최초 국가 승인통계이다. 이번 조사는 2020년 1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4개월간 진행되었으며, 문화예술교육 인식, 학교·사회·온라인 문화예술교육 참여 실태와 문화예술교육 수요를 파악하기 위한 문항으로 구성되었다. 문화예술교육 경험 27.3%, 만 19세 이후 참여율 급격히 낮아져 2020년 한 해 국민의 문화예술교육 참여율은

현실에 맞서는 담대한 전환의 길

위기의 시대, 행동하는 예술교육

현실의 지각과 반영 학교에서의 예술교육은 예술적·미학적인 다양한 양식으로 이루어진 문화와 삶의 현실에 대한 지각, 형상화, 반영과 성찰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또한 예술수업은 기본적으로 예술적·미학적인 토대 형성을 매개로 삼아 개인성의 총체적 발달에 기여해야 하고, 교육 전반의 목표와 긴밀한 연관 관계 속에서 다른 과목수업과도 연계되어 종합적 관점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 이것이 예술교육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예술교육에서 학습과 경험의 특별한 장을 열어주는 것이 시각문화라고 할 수 있다. 수업교재들은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으며 미적으로 형상화된, 주로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현실로부터 취할 수 있다. 다채로운 미디어

매일매일 지구의 날,
모든 생명을 위한 실천

청소년 기후위기 행동 모임 일점오도

점심을 먹기 위해 국수집을 찾았다. “고기 안 들어간 음식이 있나요? 계란, 생선도 안 먹어요.” 식당을 찾은 사람은 기후위기 행동 모임 1.5℃(일점오도)에서 활동하는 민김이다. 민김이는 비건(Vegan)이다. 비건은 육류, 생선, 알류를 먹지 않는다. 이것저것 음식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확인하고 마침내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그런데 양념에 고기가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사장님께 물어보니 당황해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해하던 민김이는 고민 끝에 비빔국수를 먹지 않고 다른 걸로 끼니를 채웠다. 음식물쓰레기를 만든 건 아닌지, 분명 물어보고 주문했는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복잡한 심정으로 식당을 나오게 됐다.

‘무궁무진 변화무쌍’ 쓰레기에서 가능성으로

플라스틱방앗간과 ‘상상만개’의 만남

우리는 플라스틱 시대에 살고 있다. 1950년대에 처음 개발된 플라스틱은 현재까지 약 83억 톤이 만들어졌다. 버려진 플라스틱은 57억 톤, 그중 49억 톤이 묻히거나 자연으로 배출되었다. 세계경제포럼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간 11억 2400만 톤에 이를 것이고, 이때가 되면 바다로 배출된 플라스틱의 양은 바다에 살고 있는 물고기의 전체 무게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이 말은, 이 넓은 바다에 많고 많은 물고기보다 플라스틱이 많아진다는 말이다. 플라스틱이 썩는 데 500년이 걸린다고 한다. 70년 전 세상에 처음 나온 플라스틱이 어제 우리가 버린

조금 다른 삶을 향한 용기를 북돋는다

구민정 50+인생학교 부학장·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부교수

몇 년 전부터 ‘50+세대(50플러스 세대)’ 혹은 ‘신중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 또 하나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동시대가 문화예술교육의 당사자로서 신중년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왜 나이듦의 과정에서 삶의 전환이라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교사에서 교육연극 전문가로 삶의 전환을 맞이하고 ‘50+인생학교’에서 연극을 매개로 신중년과 소통하고 있는 구민정 홍익대학교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신중년에게 예술의 힘은 어떤 의미인지 들어보았다.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의 당사자로서 선생님의 삶에서 어떤 전환이 있었는지 듣고 싶다. 어떻게 보면 흔치 않은 전환을 했다. 1991년부터 중학교 사회교과 교사로 일했다. 그러다가 2019년 50+가 되었을

오냐나무야, 꿈꾼 대로 살아보자꾸나

전환을 위한 새로운 공부

터득골북샵이 문을 연 지 벌써 5년을 맞았다. 20대부터 책 만드는 일을 해오며 늘 나를 허탈하게 만드는 생각이 있었다. 책만 만드는 ‘장이’일 뿐 책에서 얘기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출판기획을 할 때마다 만나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팔릴까?’ ‘어떤 책이 나와 독자의 인생을 바꾸는 한 권의 책이 될 수 있을까?’ 두 관점의 공생이었다.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의 외나무다리라 할까. 많은 신간이 매년 쏟아지지만 자비출판이 아니라면 모든 기획자는 이 질문을 놓고 외로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을 만난다. 삶 디자인을 위한 실험 나는 20대

인생 후반전을 꽃피우는 ‘의미 있는’ 예술 참여

[해외리포트] 영국 노년기 참여 예술 프로그램 툴킷

인생 후반기에 우리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영국의 자선단체 에이지 UK(Age UK)는 「노년기의 창의적이고 문화적인 활동과 웰빙(Creative and Cultural Activities and Wellbeing in Later Life)」 보고서를 통해 좋은 사회적 네트워크를 가질수록, 건강할수록, 재정 자원이 풍부할수록 인생의 후반기에 높은 수준의 웰빙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연구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노년에 주변 세계와 ‘의미 있는 참여’를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이다. 일 또는 사회적·창의적·신체적 활동, 커뮤니티 활동 등을 모두 포함하는 이러한 유형의 의미 있는 참여는 전체

우리 집 담장 너머 이웃을 향하는

삶을 전환하는 공간

간질간질 몸이 기지개를 켤 즈음이면 어김없이 따듯한 기억이 소환된다. 햇살 가득 번지는 어느 봄날, 엄마는 방바닥에 ‘봄의 빛’을 잔뜩 늘어놓았다. 엄마의 입을 빌려 재구성되는 그림 속 주인공들은 사랑이 되고, 그리움으로 피고, 아픔으로 걸리고, 경이로움이 되었다. 자라면서 삶의 곳곳에서 다시 만난 그것들이 명화라고 불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구름)>, 마르크 샤갈의 <나와 마을>, 칸딘스키의 원색의 도형과 선, 조르주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등, 색채의 조화를 다룬 화가들의 작품을 나는 그렇게 만났다. 엄마는 한낱 종이에 불과했을 그것들을 추억의 장치, 기억의

전환의 출발점에서 모험을 꿈꾼다

인천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인천센터’)는 2018년부터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를 운영하기 시작하여 올해 4년 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사업을 담당하게 된 2020년에는 갑자기 닥친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져 일정 조정과 참가자 재모집 등 사업 진행에 품이 많이 드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 경험에 비추어볼 때, 어려운 사업일수록 평가를 제대로 하고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사업을 이어갈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그간 인천센터에서 해석하고 적용한 경험과 고민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을 삼고자 한다. 2020 생활학교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