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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담장 너머 이웃을 향하는

삶을 전환하는 공간

간질간질 몸이 기지개를 켤 즈음이면 어김없이 따듯한 기억이 소환된다. 햇살 가득 번지는 어느 봄날, 엄마는 방바닥에 ‘봄의 빛’을 잔뜩 늘어놓았다. 엄마의 입을 빌려 재구성되는 그림 속 주인공들은 사랑이 되고, 그리움으로 피고, 아픔으로 걸리고, 경이로움이 되었다. 자라면서 삶의 곳곳에서 다시 만난 그것들이 명화라고 불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클로드 모네의 <수련(구름)>, 마르크 샤갈의 <나와 마을>, 칸딘스키의 원색의 도형과 선, 조르주 쇠라의 <그랑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등, 색채의 조화를 다룬 화가들의 작품을 나는 그렇게 만났다. 엄마는 한낱 종이에 불과했을 그것들을 추억의 장치, 기억의

거침없이, 지역 중심 생태계를 향하여

[기획포커스] 지역의 발견과 궁리②

2018년 지역협력위원회 출범 이후 실질적인 지역 기반 문화예술교육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이 이어졌다. 특히 작년 코로나19라는 재난의 상황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의 근원적 성찰, 변화의 흐름과 요구가 더욱 가속화되면서 올해는 ‘지역 중심’ ‘생활권 중심’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노력이 좀 더 구체화될 전망이다. 올 한 해 새롭게 변화하거나 지속되어야 할 예술·정책·현장의 흐름을 ‘발견’하고 ‘궁리’하기 위해 공모사업 심의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3월 초 17개 광역시도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글 싣는 순서 : ① 관행을 깨는 용기와 도전 ② 지역 중심‧생활권 중심 문화예술교육

다시 도는, 문화예술교육 수레바퀴

지역 문화예술교육 포럼 ‘모여보계(契)’

새로운 일의 시작과 마무리가 교차하는 1월, 작은 쉼표를 그려야 할 사무실의 공기가 예년과는 달리 숨 가쁘게 돌아간다. 재난시대가 불러온 변화의 바람은 문화예술 현장의 담론과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사업 담당자들은 기존의 고착화된 사업의 틀을 해체하여 변화하는 문화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형태로 재편하는 데 여념이 없다. 춘천문화재단에서도 지난해 ‘더 문화로, 더 지역으로’ 향하는 비전 재수립을 통해 문화예술이 단순히 지원 영역이 아닌, 지역 문화안전망으로 가동될 수 있는 기반 조성을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추진해온 모든 일에 대한 관점과 태도가 재검토되는, 그야말로 전환이 요구되는

가지 않은 낯선 길을 느리게 걷기

2021년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①

코로나 시대에 만남의 의미 본질이 가진 낯선 해법을 찾아 더 작게, 더 낮게, 더 새롭게 내 삶을 관통하는 성찰로부터 담담하고 사소한 다짐으로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문화예술교육 분야 역시 큰 도전의 시간을 보냈지만, 그와 동시에 근본적인 질문이 이어지고 관점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제 새로운 10년을 만들어갈 2021년을 열며 [아르떼365]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연속 좌담을 통해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변화와 전환을 모색하고 새로운 도전 과제를 짚어보고자 한다.   ① 아르떼365 편집위원      ② 학교‧사회 예술강사     

관계와 의미로 연결된 새로운 발견

예술교육과 기록

당신이 만약 방금 어떤 공연을 보고 감동하며 극장을 나섰다면, 서둘러 핸드폰을 켜고 방금 관람한 작품의 정보를 찾아볼 것이다. 이때 당신이 선택하는 검색어는 공연 제목일 수 있고, 공연에 등장하는 배우이거나 연출가 혹은 작품의 원작인 희곡, 소설, 영화일 수 있으며, 공연에서 들었던 음악일 수 있고, 소품일 수 있으며, 무대 자체이거나 조명일 수 있다. 사실 공연이 아니더라도, 예술작품에 감동하였다면 이에 대해 더 알고자 할 것이고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정보를 검색할 것이다. 자료 저장소를 넘어, 관객이 알고 싶은 것 그렇다면 우리는 예술에 대한

초라하고 밋밋해도 그게 우리 삶이다

문화통신사협동조합 ‘목욕탕연극’

들어는 봤나? 목욕탕연극! 반신욕으로 움츠러든 몸과 마음을 릴랙스 시키듯, 선한 영향력으로 재미난 실험을 기획하고 실현하는 청년 문화기획자들이 만든 연극이란 말씀! 그 소문은 믿거나 말거나 한 달에 한 번, 기린봉에 환한 보름달이 뜨면 마을 주민 모두가 토끼로 변한다는 전주시 남노 송동에서 시작되었다. 이 B급 감성의 목욕탕연극에 대한 소문이 저 멀리 한양까지 당도하고 말았으니, 이제 그 훈김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전해질 일만 남았다. 문화통신사협동조합이 만든 목욕탕연극 〈목‘욕’합니다. 웃음을 밀어‘드’립니다〉(일명 ‘욕드’)가 랜선을 타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이유를 찾아 서둘러 채비(목욕 바구니는 챙기지 않았다)를 마치고

닫힌 문을 열며, 일상의 회복과 연대

이승욱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

팬데믹으로 인해 문화예술 현장이 초토화되었다. 대부분의 예술공연과 문화행사가 취소되었고, 작가와 기획자는 창작과 활동, 그리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꿋꿋하게 문화예술의 현장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바로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이승욱 대표이다. 부산의 원도심에서는 최근까지 ‘신나는예술여행’의 일환으로 <부산 원도심 문화회복 프로젝트-OPEN THE DOOR, OPEN THE ARTS>가 진행되었다. 일상의 공간을 창의적이면서도 희망적인 삶과 예술의 텃밭으로 가꾸고 있는 이승욱 대표에게 팬데믹 시대에 어떻게 문화예술을 향유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들어보았다.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이하 플랜비)에 관해 소개를 부탁한다. 지역의 문화예술 혁신과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문화예술 기획, 정책 연구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가는 예술가에게

지금 여기, 함께 살아감의 미학

이 글은 제5회 국제예술교육실천가대회(ITAC5, 2020.9.14~9.17) 개막식에서 발표한 사이먼 맥버니의 기조발제 를 지면으로 옮긴 것입니다. 배가 고파진 아이들이 언덕을 넘어 저에게 옵니다. 얼굴에 피곤이 가득합니다. 제가 사는 이곳의 코로나 상황은 지독한 폭력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치 전쟁과도 같았던 시기는 이제 넘겼으니, 뭐라도 먹어야겠습니다. 점심으로는 계란 토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이내 스테이크를 내려놓은 아이들은 다시 뛰어 들어갑니다. 좋은 밤 보내고 계신가요? 여긴 아침이긴 합니다만, 어쩐지 저녁 인사를 드리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니, 조금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어떤 공간, 어떤 시간 여러분들이 언제 이 영상을 보고, 들을지조차 알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힘

코로나 시대, 문화예술교육의 성찰

우리가 배우는 건 기술일까, 예술일까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배우던 날, 교과서에 코를 박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좋아하던 남학생이 다른 여자애 손을 잡고 걸어가는 걸 목격한 즈음이었다. 충격과 슬픔에 잠긴 그때, 선생님은 ‘님’에 밑줄 긋고는 ‘빼앗긴 조국’이라 쓰라고 했다. 조국이고 뭐고 그때의 내게 ‘님’은 오로지 다른 여자애와 정답게 걷던 그 남학생이었다. 잃어보지 않아 모르지만, 나라 잃은 슬픔보다 그를 떠나보내는 슬픔이 훨씬 클 것만 같았다. 고등학교 시절, 문학을 좋아해서 문학 수업 시간이 괴로웠다. 작품에 이입되는

품어서 하나의 숲을 만들 듯,
공생하는 예술

박李창식 문화살롱 공 대표

박李창식은 터와 사람을 만나는 퍼포머(Performer)다. 그의 몸과 일련의 예술 활동은 이런저런 연기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향해 열려있는 ‘공(空)’과 같아 어느 하나로 고정되지 않은 잠재성이기도 하다. 그는 마치 예술을 통해 무주상보시(無主相布施)를 실천하듯 공동체 안에 이미 내재된 가치와 사랑을 발견하려 애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지난한 예술의 여정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삶, 가는 곳곳 구구절절한 터의 역사, 그 자체가 커다란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외부인이자 내부인으로 공동체와 뒤섞여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었고 애씀과 실천을 통해 변화를 경험했다. 순례하듯

어서 와, 나의 도시!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도시와 나의 교집합 서울을 떠나 강원도에 터를 잡았을 때 내심 기대했던 건 여유로운 삶과 걷기 좋은 도시였다. 나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을까? 현실을 들여다보면, 삶의 속도는 오히려 더 빨라졌다. 나는 여전히 바쁘고, 열심히 운전한다. 1시간여를 이동해서 목적지에 도착하는 서울 생활에서 10분~20분 이내에 도심과 자연 어디든 갈 수 있는 이 도시의 공간성만으로도 삶의 질이 올라갔지만, 기대했던 삶과는 거리가 있다. 나는 문화도시 사업 담당자이다. 나의 도시 원주에 사는 자부심을 시민들이 느끼고, 문화적 삶이 가능하도록 도시문화생태계를 조성하는 임무가 나에게 주어져 있다. 이 도시와

우리 집 책장에서 시작하는 유쾌한 혁명

일상을 지키고 바꾸는 성찰과 실험

동네, 마을에 누가 사는지 굳이 몰라도 사는데 큰 지장이 없다고 느끼는 시대이지만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공동체적 감각이 무뎌지고 사라져감에 대하여 경각심을 일으키는 말과 글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한편으론 공동체적 감각을 깨우고, 시대에 맞는 공동체성을 복원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관점에 대해 이해되고 공감되는 제안과 해결책, 대안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공동체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과 공동체의 고유한 특성이 담기지 않은 ‘찍어낸 듯한’ 단기적인 사업들 중에는 안 하느니만 못한 것들도 많아 보였다. “세계적으로 상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고 말한 자크 엘륄(Jacques Ellul)의 다른 말

주인 된 마음,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

‘지역화’ ‘지역 중심’ ‘주민 주체’라는 화두가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진정한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그리고 그 노력을 지속하기 위한 힘은 무엇일까?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온화하지만 강단 있는 눈빛으로 이 생태계의 ‘주인’으로서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천 배다리 마을 한가운데 무심한 듯 아담하게 자리 잡은 생태공원을 지나 골목을 돌면 깡통 로봇이 반기는 스페이스 빔이 보인다. 2007년 이곳에 자리 잡은 후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예술적 매개와 촉매, 중재 역할을 고민하면서 서울 중심의 자기장, 제도와 관행, 관리와

이웃과 동네에 주파수를 맞춰라

주민이 직접 만드는 마을미디어

영화 속 한물간 가수 ‘최곤’은 강원도 영월 지역 라디오 디제이(DJ)가 된다. 그저 그런 방송이 될 뻔했지만, 우연히 출연한 동네 다방에서 일하는 ‘김양’의 감동적인 사연에 주민들의 호응을 얻기 시작한다. 이후 여러 주민의 이야기가 송출되면서 방송의 인기는 날로 높아진다. 영화에서 그린 것처럼 지역 라디오 방송에는 우리 이웃과 동네 이야기만이 가진 낭만이 있다. 지역 주민들이 출연은 물론,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동네 라디오 방송을 통해 지역 이야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살펴본다. 세대도 언어도 장애도 넘어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관악, 마포, 분당, 공주, 성서, 영주, 광주 등

환대와 응원을 보내는
든든한 버팀목으로서

재미난협동조합 생활문화시설 인문프로그램

“인간은 거대한 에너지이다. 고로 인간을 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간에게 열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과업들이 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적절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또한 우리에게는 타인이 늘 필요한데, 그들이 스스로의 생활을 변화시킨 사례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바이블 – 호세마리아 신부의 생각』 중 재미난협동조합은 생기 있는 마을의 인문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역 청년들이 지역 인문강사로 자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생활문화시설 인문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청년은 재미난협동조합의 든든한 지원을 얻어 ‘인문협업자’로서 자신들이 삶의 목표로 삼고 있는 자연과 하나 되는 활동을 아무런 부담

오늘도 예술로 말을 건네는

문화집단 너느로

문화집단 너느로는 ‘왜 전통연희는 대중화되지 못할까’라는 질문을 통해 만났다. 전통연희를 기반으로 연극, 미술, 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여, 원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재미있는 우리만의 창작을 해보기로 했다. 2016년 21세기 굿 음악 프로젝트 ‘너른 오늘(다시 보고 다시 듣는 경기도 도당굿)’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는 은평뉴타운에 예술공간 ‘나무가 모인 숲’을 조성, 은평구를 거점으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예술하기를 지향하고 있다. 우리가 서로를 알 수 있다면 다둥이 가정, 실버세대가 많은 장기전세 주택. 요즘처럼 아이가 귀한 시대에 다둥이들이 모여 있는 단지라니 과연 대한민국 아이들이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