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문화예술교육, 대체할 수 없는 긍정의 에너지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홀트학교 강정근 교사 인터뷰

장마 막바지에 찾은 홀트학교(Holt School)에는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방학인데도 가야금과 모둠북 소리가 비를 뚫고 뚜렷하게 들려왔다. 단정하게 정돈된 교정의 이층 건물은 오롯이 국악 수업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어 이 학교가 국악 수업에 쏟는 정성과 그간의 성과를 짐작할 수 있게 했다. 홀트학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에 있는 특수학교이다. ‘사랑을 행동으로’라는 교훈 아래 특수교육 대상자의 심신의 조화로운 발달을 도모하기 위한 언어치료, 감각운동지각훈련, 작업치료의 치료교육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홀트학교에서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과 관련하여 국악 예술강사가 파견되어 활동하고 있는데, 다른 학교에 비해 담임교사와

‘모다드렁 허게맛심’(‘모두 다 같이 합시다’의 제주 방언)

문화파출소 제주서부 운영단체 인터뷰

무더운 여름, 습한 제주도 날씨 때문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오늘은 뒷마당에서 쪽 염색을 하는 날이다. ‘모다드렁 허게맛심’(모두 다 같이 합시다)이라는 제주도 방언이 웃음 소리와 함께 들려온다.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은 뒷마당에 모여 집에서 가지고 온 옷을 진한 감색 염료에 담가 쪽 물을 들인다. 낡은 옷이 새 옷으로 다시 생명력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문화파출소 제주서부는 작년 말 전국에서 두 번째로 문을 열었던 곳이다. 용담지역은 제주공항에서 불과 5분 거리에 있지만, 문화 소외지역이다. 그곳에 위치한 문화파출소 제주서부는 깔끔하게 재단장 된 단정한 2층 건물로

반 걸음 앞에서, 묻고 발견하고 보태기

김성미 예술강사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코로나19로 인해 모두가 그동안 겪어보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뜻밖의 쉼 속에서 삶의 시선을 고쳐볼 시간이 주어지기도 했고, 늘 대기하거나 대안을 궁리해야 하는 번거로움 속에서 그동안 일상적으로 대해왔던 일이나 감각의 소중함을 상기하기도 한다. 대부분 영역에서와 마찬가지로 만나는 것이 핵심이었던 문화예술교육 현장도 좌충우돌의 연속이었을 것이다. 팬데믹 시기를 통과하기 위한 지원사업이나 정책은 요란해 보였지만 결국 온라인과 소규모, 연구로 집약되었던 것 같다. 그 느슨한 방향성은 결국 어떻게 만나고 방법을 찾을 것인가의 물음을 현장에 돌리는 일에 다름 아닌 것 같다. 코로나에 대한

닫힌 문을 열며, 일상의 회복과 연대

이승욱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

팬데믹으로 인해 문화예술 현장이 초토화되었다. 대부분의 예술공연과 문화행사가 취소되었고, 작가와 기획자는 창작과 활동, 그리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꿋꿋하게 문화예술의 현장을 지키는 사람이 있다. 바로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이승욱 대표이다. 부산의 원도심에서는 최근까지 ‘신나는예술여행’의 일환으로 <부산 원도심 문화회복 프로젝트-OPEN THE DOOR, OPEN THE ARTS>가 진행되었다. 일상의 공간을 창의적이면서도 희망적인 삶과 예술의 텃밭으로 가꾸고 있는 이승욱 대표에게 팬데믹 시대에 어떻게 문화예술을 향유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들어보았다.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이하 플랜비)에 관해 소개를 부탁한다. 지역의 문화예술 혁신과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문화예술 기획, 정책 연구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 추미경 상임이사를 만나다

  올해 교육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 분야 창의성 지수와 문화역량 지수 개발에 나섰다. 문화예술 연구소 사단법인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 추미경 상임이사(성공회대 겸임교수)는 문화역량 지수 연구의 첫 삽을 뜬 ‘산파’ 역할을 맡은 사람. 추 상임이사를 만나 문화역량 지수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문화도 ‘측정’이 되나요?   추미경 상임이사를 만나면 꼭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 “문화도 측정이 되나요?” ‘지수(Index)’라는 것은 정확한 계량, 그리고 결과로서의 수치를 내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문화라는 포괄적인 개념을 1, 2, 3, 4…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지 궁금했다.

품어서 하나의 숲을 만들 듯,
공생하는 예술

박李창식 문화살롱 공 대표

박李창식은 터와 사람을 만나는 퍼포머(Performer)다. 그의 몸과 일련의 예술 활동은 이런저런 연기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향해 열려있는 ‘공(空)’과 같아 어느 하나로 고정되지 않은 잠재성이기도 하다. 그는 마치 예술을 통해 무주상보시(無主相布施)를 실천하듯 공동체 안에 이미 내재된 가치와 사랑을 발견하려 애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사람이다. 왜냐하면 지난한 예술의 여정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삶, 가는 곳곳 구구절절한 터의 역사, 그 자체가 커다란 선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외부인이자 내부인으로 공동체와 뒤섞여 조금 더 나은 삶을 꿈꾸었고 애씀과 실천을 통해 변화를 경험했다. 순례하듯

하영훈 한국인형극보급협회장 인터뷰

  소란스러움이 사그라진 객석에는 정적만이 감돌고, 조금 전까지 부산하게 움직였던 무대 위에는 생기를 잃은 무표정한 인형들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퇴락한 듯 삐걱거리는 발판 소리가 귓전에 전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눈앞에는 앙증맞은 스트라이멜(유태교 전통 모자)을 닮은 모자에 동그란 안경이 꽤 인상적인 하영훈 한국인형극보급협회장이 반짝이는 미소를 머금고 서 있었다.   글.사진_ 임종세 경기 통신원       되살려지는 기억   전 국토가 ‘개발’이라는 기치 아래 온 국민이 매진하던 시기, 인형극은 척박한 이 땅의아이들에게 공연이라는 형식의 ‘소통’을 통해 문화적 체험을 선사했다.

제주 미루나무꼭대기 창작소 조기섭 원장을 만나다

  요란한 겨울비의 흔적이 사라지자, 쌀쌀한 겨울바람이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마른기침과 어울리지 않는 목소리와 함께 2011년 겨울 초입을 혹독하게 보내던 어느 날, 미루나무꼭대기 창작소 조기섭 원장과의 만남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른바 문화 소외 지역이라는 제주. 이곳의 여러 문화예술단체는 단체명에 ‘제주’라는 단어를 넣고, 콘텐츠 또한 당연히 ‘제주적’이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미루나무꼭대기 창작소’라는 이름을 가진 이 단체를 만났을 때, 기획하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어쩐지 재미있는 곳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기섭 원장과의 만남을 통해 신선한 이야기를 들을 수

더 미디엄 유원준 디렉터 & 허대찬 교육전문담당자 인터뷰

‘미디어 아트’라고 하면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단어지만, 우리 생활 속 미디어 아트는 이미 깊이 들어와 있다. 미디어 아트 초기 브라운관이나 모니터, 음향기기 등을 통해 공간에 예술을 시도했던 미디어 아트는 이제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 개인 정보기기를 만나 더욱 흥미롭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미디어 아트는 감상자가 유연한 사고를 가지도록 도우며, 감상자의 오감을 자극해 새로운 예술 영역으로의 발전을 이끌기도 한다. 단지 감각의 자극에만 머물지 않고, 미디어 아트의 경지를 넓히기 위한 미디어 아트 교육에 힘쓰고 있는 미디어 아트 복합문화공간 ‘더 미디엄(The Medium)’과 국내

주인 된 마음,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

‘지역화’ ‘지역 중심’ ‘주민 주체’라는 화두가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진정한 지역 중심 문화예술교육이 이뤄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그리고 그 노력을 지속하기 위한 힘은 무엇일까? 민운기 스페이스 빔 대표는 온화하지만 강단 있는 눈빛으로 이 생태계의 ‘주인’으로서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인천 배다리 마을 한가운데 무심한 듯 아담하게 자리 잡은 생태공원을 지나 골목을 돌면 깡통 로봇이 반기는 스페이스 빔이 보인다. 2007년 이곳에 자리 잡은 후 진정한 주민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예술적 매개와 촉매, 중재 역할을 고민하면서 서울 중심의 자기장, 제도와 관행, 관리와

최화정 무용예술강사를 만나다

  우리나라 서쪽 끝 태안반도에서도 한참이나 더 들어가야 나오는 조그마한 바닷가 마을 만대. 하루에 버스가 네 번 밖에 들어오지 않는 이곳은 ‘하도 멀어서 가다가 만대~’라는 이유 때문에 ‘만대’ 마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믿지 못할(?) 전설의 마을이기도 하다. 이 외진 곳에 ‘춤바람’을 일으킨 당찬 무용분야 예술강사가 산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태안지역 최초의 무용예술강사   한참을 기다려 만대마을행 군내버스를 타자 운전기사가 “그 ‘꼴(골짜기)’에는 왜 갑니까?”라고 물어 오셨다. “만대에 무용 가르치는 선생님이 계신다고 해서요.”라고 기자가 말하자 기사님은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만대에 정말 그런 사람이

함께하는 CoP! 참여자 인터뷰

  CoP의 핵심은 ‘실행’이 함께하는 배움입니다. 여기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젊은 예술강사들이 CoP를 결성해 행동으로 옮기는 배움에 나섰습니다. 문화예술을 통한 더 나은 실천,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젊은 패기로 도전한 이들의 이야기! ‘애정사’ CoP의 박지영 조장(국악부문 예술강사)과 ‘이게 진짜일까’ CoP의 김민아 조장(미술부문 예술강사)이 전하는 생생 CoP 현장의 이야기를 11월 셋째 주 아르떼진 테마기획에서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문화예술교육 실행공동체를 말하다 김정이 퍼실리테이터 기고   이야기 하나 문화예술교육의 애매~한 부분 우리가 직접 해 보고 정해 드립니다~!

길 위에서: 두려움 없이 길을 잃기 위하여

김윤진 안무가·펠든크라이스 무브 대표

걷는다. 길을 걷는다. 인생을 걷는다. 가끔 뛰고, 가끔 멈춰도 어떻든 우리는 삶을 걷는다. 길을 잃어 찾는 사람이나, 두리번거리며 산책하는 사람이나, 보이는 건 매한가지다. 하지만, 그 마음은 낮과 밤만큼 다르다. 낮밤의 시공간만큼이나 먼 내 마음의 거리감은 어디서 올까. 길을 잃어 헤매는 나의 두려움을 산책의 즐거움으로 바꾸어 줄 그 비밀의 단서는 어디에 있을까. 안무가, 기획자, 교육자, 그 많은 이름 가운데 이 사람이 있다. 그와의 대화 속으로 단서를 찾아 걸어보자. 선생님을 처음 뵙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인터뷰 제안을 받고,

지금 여기, 건강한 욕망의 조화를 위하여

조미자 진접문화의집 관장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의 경계가 불분명하고 쉽게 구분이 안 된다고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실은, ‘생활문화’라는 개념이 정책에서 전면화되면서 생기는 혼란이 상당하다. 자칫 생활문화가 동아리와 집단성만을 강조하는 것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 공동체의 결속을 이끌어내면서도 개인을 지우지 않는 강력한 모델이 있다. 얼핏 모순되는 말처럼 느껴지지만, 조미자 관장과 진접문화의집이 오랫동안 견지하고 지켜온 태도다. 진접문화의집을 전국구 스타로 만든 ‘나와유’ 축제에서 보여준, 부침개 한 장을 나누는 과정에서 개인의 선택과 움직일 공간을 보장하면서도 커뮤니티의 조화를 잊지 않는 균형감각은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두루 탐구대상이 될만하다.

지휘자 서희태와 가수 손진영, 이태권의 오디션 이야기

2011 대한민국, 오디션 전성시대 ① 오디션 현장취재 다시보기 2011 대한민국, 오디션 전성시대 ② 전문가 진단 다시보기     하나. 오디션 심사위원 이야기 살아있는 배움의 현장, 오디션 지휘자 서희태 명예교사   서희태 명예교사는 최근 대중가수들이 오페라가수로 변신, 서바이벌 오디션을 펼치는 ‘오페라 스타’ 심사위원을 맡아 특유의 카리스마 있는 심사를 펼친 바 있다. 그 자신 젊은 시절 수없이 많은 오디션 자리에 섰으며 이제는 오디션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터. 서희태 명예교사에게 오디션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물어 보았다.   서희태_ 문화예술의 경우 무명이 ‘주류’로

대목장 조전환 명예교사를 만나다

  한옥은 200~400년을 내다보며 짓는다. 오래 머물 곳이기에 지형과 지질, 구성원의 성격까지 파악한 뒤에야 기둥을 세운다. 그래서 한옥 짓는 이들은 목수이면서 철학자이고 역사학자일 수밖에 없다. 대목장 조전환 명예교사도 마찬가지다. 그는 마치 잘 지은 한옥처럼 그의 안에 실용성과 철학, 창의성을 가득 담고 있었다.   3대째 대를 잇는 대목장   “처음부터 목수가 되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깨 너머로 아버지 일을 배우긴 했지만 막상 대학은 공대로 진학했죠. 결국 8개월 정도 다니다 그만두고 대를 이었습니다.” 목수의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것, 우직한 성품과 나무 깎는 소리를 좋아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