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한 토막의 나무를 깎으며 나를 살리는 시간

남머루 작가

오래된 동네의 골목 안 골목, 낡은 집과 집 사이에 복도처럼 난 샛길로 찾아 들어갔다. 허리를 굽혀 낮은 문을 지나 몇 개의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은은한 풋내가 났다. 공간은 담갈색부터 암갈색까지, 켜켜이 쌓인 갈색의 스펙트럼으로 직조되어 있었다. 나무로 만든 것들과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 가득했다. 어지럽고도 가지런하게 정렬되어 있는 갈색의 공간. 그곳에서 남머루 작가를 만났다. 한 해의 끝자락이었다. 나무를 깎는 시간 남머루 작가는 나무살림도구를 만들고 나무를 매개로 사람들을 만나는 나무 작업자다. 그가 놀며 쉬며 일하고 만나는 공간인 우드카빙 스튜디오 ‘어제의 나무’가

홀로 수업하지만, 혼자가 아니다

양정현 학교 예술강사(무용 분야)

ABC 올해 초 열린 아르떼 아카데미 학교 예술강사 대상 코스워크에서는 ‘정체성’을 주제로 학교에서 예술하는 어려움과 예술강사에게 기대하는 여러 역할, 역량 등을 다루었다. 여기에 패널로 참여한 양정현 예술강사는 올해 11년 차 예술강사인 동시에 예술, 융합,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는 애이비씨랩 교육이사로서 예술과 기술, 다양한 장르를 융복합한 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운영하고 있다. 단체 활동만으로도 정신없이 바쁠 텐데도 예술강사 활동을 쉬지 않는 이유를 물어보니 “아이들”이라고 답한다. 보람과 긍지를 주는 아이들 덕분에 지금껏 소신 있게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다는 양정현 예술강사를 ‘정체성’ 코스워크를 기획한 제환정 교수가

교실 속에 꽃 피어난 ‘우리들의 문화예술 프로젝트’

권나무 천안 신부초등학교 교사·뮤지션 인터뷰

늦은 오후, 학생들이 모두 하교한 6학년 1반 교실엔 아직도 온기가 가득했다. 봄 햇살 때문만은 아니었다. 음악이 없어도 음악적인 교실, 액자가 없어도 사방이 미술 작품으로 가득한 교실. 그 교실에서 권나무 선생님을 만났다. 6학년 1반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있다. 한 그루는 교실 뒤편에 아이들이 직접 그려 만든 학급나무이고, 다른 한 그루는 그 나무를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권나무 선생님이다. 교실 뒤편의 나무는 여러 모양의 잎들과 색이 여러 줄기로 나뉘어 풍성하고 조화롭게 그려져 심겨있다. 하루 만에 그릴 수 없는 크기이고, 한 사람이 그릴 수 없는

문화예술교육 현장 비평이 필요한 때
‘세상에 나쁜 예술교육은 없다’

고길섶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인터뷰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거울을 통해 예술교육 현장을 비평하다 예술교육 좀 하는 전북 부안 출신 문화비평가 고길섶. 문득 그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진짜 길섶이란다. ‘이름대로 산다’는 말을 믿지 않더라도 적어도 그의 이름에는 그의 존재와 개성을 가름할 수 있는 어떤 사연이 있지 않을까? 어머님이 고추밭 농사일을 하다 길가에서 낳았다는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호적에는 분명 한자 이름인 ‘길섭’이지만 자기 맘대로 길섶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길섶’이라는 이름은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느낌을 주는 예쁜 우리말이다. 길가, 길 어깨, 길의 가장자리의 의미처럼 그가 접하는 세계는 분명 중심이 아닐 것이다. 주변과 경계에

조금 다른 삶을 향한 용기를 북돋는다

구민정 50+인생학교 부학장·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 부교수

몇 년 전부터 ‘50+세대(50플러스 세대)’ 혹은 ‘신중년’을 위한 문화예술교육이 또 하나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동시대가 문화예술교육의 당사자로서 신중년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왜 나이듦의 과정에서 삶의 전환이라는 도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교사에서 교육연극 전문가로 삶의 전환을 맞이하고 ‘50+인생학교’에서 연극을 매개로 신중년과 소통하고 있는 구민정 홍익대학교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신중년에게 예술의 힘은 어떤 의미인지 들어보았다. 생애전환 문화예술교육의 당사자로서 선생님의 삶에서 어떤 전환이 있었는지 듣고 싶다. 어떻게 보면 흔치 않은 전환을 했다. 1991년부터 중학교 사회교과 교사로 일했다. 그러다가 2019년 50+가 되었을

서로에게 일어나는 ‘눈부신’ 전환

박유미 미술작가

시인 문정희는 <한계령을 위한 연가>라는 시에서 ‘못 잊을 이와 한계령을 넘다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고, ‘갇혀있다가 헬리콥터가 나타나도 결코 손을 흔들지 않겠다’며 ‘오오, 눈부신 고립’이라고 외쳤다. 하지만 현실에서 고립은 눈부시기보다는 눈물겨운 쪽에 가깝다. 박유미 미술작가는 유학 시절 처음 느낀 고립감을 소수자로서의 자각으로, 배제된 자와의 협업 욕구로 고양시켰다. 그리고 고립감을 힘으로 살아온 인천 강화군 아차도의 여성 노인들을 만나 서로의 시선을 포개고 연대하는 경험 속에서 또다시 전환을 맞이했고, 삶과 작업 모두에서 또 한 번 도약했다. 인천, 홍성 등 여러 지역에서 10여 년간

예술과 예술교육의 경계 없는 과정을 나누다

사진분야 학교 문화예술교육 예술강사 고정남 작가

‘우리는 예술가(ㅇ)사’ 아이쿠, 이거 어떻게 읽는 걸까? 예술가사? 예술강사? 예술가앙~사? 예술가(와!) 예술사? 도대체 독음이 난해한 전시 제목에 물음표를 잔뜩 달고 충무로의 작은 전시장을 찾았다. 6명 사진가의 작품과 아이들의 모습이 눈길을 끄는 이 전시는 사진분야 학교문화예술교육 예술강사(이하 학교 예술강사)들의 사진전이었다. 사진분야 학교 예술강사가 유난히 적은 수만 선발되었던 2011년, 2기로 모인 이들은 7년차 예술강사들의 활동과 학교 현장을 보여주자는 말에 의기투합하였고 그 작은 결과가 이 전시다. “사진 예술을 하는 예술가와 사진을 가르치는 예술강사라는 위치 사이에서 좌충우돌하며 겪은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학교 현장에 대해, 그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문화예술교육’은?

2018년, 내가 경험하고 싶은 문화예술교육?

‘활력소’, ‘지속성’, ‘열정의 땀방울’, ‘수적천석’, ‘가랑비’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총 11인으로부터 미니 인터뷰를 통해 들은 주요 문화예술교육 키워드다. 새해를 맞이하여, 여느 때보다도 긍정적이고 희망찬 문화예술교육의 청사진을 지금부터 들어보자. 2018년, 내가 배우고 싶은 문화예술교육? “가족들이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몸을 움직이는 미술 체험 활동이 있는 걸로 안다. 아이들이 물감을 묻히며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생각만 해도 좋을 것 같다. 노래를 좋아해서 합창단 활동을 오래 했었는데, 성인이 돼서 그런 기회가 없었다. 만약 기회가 생긴다면, 합창단에 들어가고

함께 세 들기, 예술공유 창작소의 실험

김현묵 미술작가·모나드 대표

우리에게 무언가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장소로서 ‘거점’은 예술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종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다 거점·탈 거점 활동의 시대에도 물리적이고 아날로그적인 장소가 있다는 것은 그곳에서 사람들과 함께 문화를 만드는 근거지로서의 장소성이 덧대어진다. 예술과 거점을 고민하고 예술 표현과 향유의 보편적인 경험을 위해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현묵 모나드 대표를 만났다. 예술가이자 예술교육활동가로서, 특히 충북문화재단에서 2019년 처음 시행한 문화예술교육거점 지원사업으로 지난 2년간 ‘도민미술학교’를 기획하고 진행하며 얻은 경험과 코로나 시대 비대면 온라인 활동, 그리고 거점 공간의 브랜딩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Let’s get it!

김설진 문화예술 명예교사(안무가)

대중들에게 춤의 신, ‘갓설진’으로 불리는 김설진 안무가. 그는 학창시절 춤이 너무 좋아 친구들과 모여 모든 곳을 무대 삼아 춤을 추었고, 그것이 곧 꿈이 되었다. 근사하고 훌륭한 것을 해내지 않아도 나를 찾는 과정과 시도가 진짜 공부임을 말해주고 싶다는 그는, 2017 명예교사 사업 <특별한 하루> 프로그램을 통해 모교인 제주 제일중학교 학생들과 만났다. 무엇이든 잘해야만 한다는 사회적 기준을 탈피하여, 자신에 대해 먼저 생각하고 이해하는 일이 청소년 시기에 선행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김설진 안무가. 그가 춤을 통해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자신을 관찰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시각을

미디어 아트의 주인공은 기술이 아닌 사람

박훈규 문화예술 명예교사(그래픽 디자이너 & 파펑크 스튜디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최근 전시 뉴스나 문화 이벤트 관련 소식을 들을 때 가장 빈번하게 듣게 되는 용어가 미디어 아트다. 박훈규 그래픽 디자이너는 이 생경한 동시대 미술을 그래픽 작업물은 물론 프로젝트 그룹 활동 등을 통해 구체적 이미지로 구현하는 이다. 음악과 영상, 비쥬얼과 사운드가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새롭고 역동적인 형상이 그의 주요 작업 대상이다. 디자인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40대 이상의 남녀라면 그를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여행자’로 기억할 것이다. 지난 2005년 출간한 <언더그라운드 여행기>와 2007년 <오버그라운드 여행기>는 박훈규라는 청춘을 세상에 알린 신호탄 같은 것이었다. 책이 아닌 길에서 채집한

소리를 찾아 떠나는 특별한 여행

사운드아티스트 정만영 작가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 프로그램 참여 예술가

우리는 왜 여행을 떠날까?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낯선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 그 지역에서 유명하다는 먹거리들을 처음 맛보며 느끼는 기쁨은 우리의 지친 심신을 깨우는 기분 좋은 자극이 된다. 이렇듯 여행지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모든 낯선 경험이 여행의 참 묘미라면, 여행지에서 새로운 소리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 궁금해진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예술을 매개로 자신만의 여행을 만들어 나가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 프로그램의 사운드아티스트 정만영 작가를 만나보았다. 소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발상이 독특하다. 작가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예술은 사회 구성원이 민주적으로 평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

하반기 아르떼 아카데미 해외전문가 연계연수 TAT Lab 프로그램 교육강사 인터뷰

지난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하반기 아르떼 아카데미 해외 전문가 연계 연수 프로그램 ‘티칭 아티스트 트레이닝 랩’(Teaching Artist Training Lab, 이하 TAT Lab)이 한라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되었다. 이번 연수는 참가자를 달리하여 1차, 2차에 걸쳐 각각 3일간의 워크숍으로 진행되었지만, 본래 TAT Lab의 전체 프로그램은 8개월 동안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총 3회의 집중적인 워크숍과 더불어 워크숍과 워크숍 사이에는 전화 상담, 개별 학습계획 수립(과제 수행), 현장실습 등의 그룹활동이 진행된다. 이는 단기간 집중적으로 진행되는 대부분의 예술강사 역량 강화 프로그램과 달리 TAT Lab 만의 차별화된 특징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무용, 테크닉을 넘어 심리치료로 재탄생하다

추언아 예술치료사

무용은 많은 사람에게 낯설고 어려운 분야다. 왜 그럴까? 무용이란 몸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하는데, 우리가 몸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말은 우리 사회가 마음에 대해 외면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이 몸과 마음에 대한 무지로 인한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요즘 뉴스에서 접하는 우울한 사건들은 마음의 문제로부터 기인한 것이 많아 보인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그로부터 다양한 범죄가 잇따르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안게 되는 트라우마는 또 다른

청년작가와 예술강사 사이의 균형을 찾아서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사진 분야 김서정 예술강사 인터뷰

제주문화예술재단 2층에 마련된 ‘창작공간 이층(利層)’ 작업실에서 김서정 예술강사를 만났다. 제주에 이주한 지 3년 차. 사람도 환경도 낯선 조건이다. 작가 활동과 가르치는 일에 대한 의욕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갈등에도 그가 일궈낸 활동들의 궤적은 뚜렷하다. 그는 예술가이다. 그래서 마을의 지킴이를 자처하며 진행한 ‘위병소 미술관’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에게 마을과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반추하는 기회를 만들었다. 동시에 그는 예술강사다. 아이들과 함께 진행한 ‘우리 동네 소개하기’ 프로그램은 아이들에게 나고 자란 마을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지가 범람하는

학생들과 즐겁게 작품 하나 만들자!

2017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문해복 영화 분야 예술강사 인터뷰

글자보다 그림, 그림보다 영상에 익숙한 요즘의 청소년들과 영화로 만나는 일은 긍정적인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으로서의 영화 수업은 단순히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환경을 돌아보고 자신의 관점을 담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매체를 이용한 소통의 방식’을 배우게 된다. 이맘때면 늘 학생들의 작품에 대한 고민과 편집 작업으로 바쁠 시기지만, 잠시 일을 내려놓고 영화 예술강사로 8년이라는 긴 여정의 이야기를 들려줄 문해복 예술강사를 만나보았다. Q. 어떠한 계기로 예술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