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부산비엔날레 조각 프로젝트 교육 프로그램

2008 부산비엔날레 조각 프로젝트 교육 프로그램

2008년 부산비엔날레 조각 프로젝트는 20세기 초 등장한 새로운 미술운동인 ‘avant-garde’에서 그 모티프를 따 왔다. 말 그대로 새로움에 대한 도전, 최전선에서의 전위병과 같은 진취적인 기상, 다가올 미래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가려는 의지가 반영되어 있다. 이 미술운동은 말 그대로 운동이기에 항상 현재진행형이다. 그러한 정신을 2008년 부산비엔날레 조각 프로젝트에 담았다. 그대로 머무르지 않고 새로움을 갈망하는 몸짓, 실천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번 조각 프로젝트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바로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획되었다. ‘네비게이터;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에서’라는 주제로 전개될 이 교육 프로그램 역시 여러 가지 다양한 가능성과 작품 감상 경로는 열어두고 진행하는 독특한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정원을 거닐며 작품을 감상하고 즐김으로써 작품들에 스며있는 현대 인문학적 뿌리를 습득하게 될 것이며, 이를 자연스레 말과 글로 표현하는 형식은 작가의 작품(이미지)을 텍스트화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노력은 모더니티를 진정으로 넘어서는 현대인의 인식론적 전환을 몸소 실천하는 특별한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올해는 주로 교육과정 개발과 시범 실시 위주로 진행 할 것이며 비엔날레가 끝난 이후 여전히 존재할 APEC나루공원(조각프로젝트가 열리는 곳)을 활용하여 자발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되도록 할 예정이다.

 

부산비엔날레에서 큰 마음먹고 예산을 배정 한 것 같다. 작품 제작에 재료비 등 물가가 올라 전시 감독들이 애를 먹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도 청소년 교육에 할애하는 것은 정말 칭찬 받을 만하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부산비엔날레의 세 꼭지, 즉 ‘현대미술전’, ‘바다미술제’, ‘조각 프로젝트’ 중 조각 프로젝트의 부속 사업이다. 조각 프로젝트는 부산의 센텀 지역에 있는 APEC나루공원 일대에서 진행되어지는데 더욱 의미 있는 것은, 이곳에 설치되는 작품들은 영구히 부산시에 기증된다는 점이다. 즉 부산의 소중한 문화자산이 된다는 의미이다. 이런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자 교육 프로그램과 교재를 만들었다.

지난주(8월 18일~22일)에 강사 양성을 마쳤으며 20명의 교사들을 양성했다. 부산시교육청과 부산YMCA, 그리고 개별적인 접수를 통해서 청소년 20명씩 6개 팀을 접수 받아 비엔날레 기간 중 시범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교사직무연수를 해마다 개최하여 꾸준히 소중한 자원을 활용하게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감상교육은 작가와 작품명, 주제를 알아맞히기 위한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비엔날레에서는 그러한 방식을 과감히 거부할 수 있을 만한 주제를 제시하였다. 작가가 제시한 주제나 의미에 얽매이지 않고 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이것이야 말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다. 진정한 소통은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아 공감할 수 있는 것이므로… 아이들에게는 몇 가지 키워드를 포함한 지도와 워크시트 몇 장이 주어졌는데 자동차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떠올리면 간단히 이해될 것이다.

 

현재 조각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장소는 2006년 조각 프로젝트가 열렸던 곳이기도 하며, 이미 많은 시민들이 애용하는 도심 속 공원이다. 이러한 공적인 장소를 사적인 정원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미 조성되어있는 공원조경과 작품배치가 어쩔 수 없이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상충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결과를 안겨줄 것이다. 2008년 조각 프로젝트의 작품들은 길과 나무와 벤치를 자연스레 연결하며 도심 속 현대인에게 사적인 사색과 감흥의 시간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시간과 공간의 분절된 틈을 지나 유기적인 하나의 사건 속에서 인식하는 ‘나’를 발견하는 색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정원은 도심 속 모두에게 열려 있지만 그 정원을 거니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각각의 ‘나’는 각기 다른 일상을 지니고 있으며 그 일상 속에서 이 전위적인 공간을 맞닥뜨려 서로 다른 일상성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전위적 정원’이 추구하는 바이다. 이 속에 우리 아이들이 있다.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이 만드는 사건들은 현대미술의 최첨단에 혹은 현대 사상의 최전방에 전위적으로 관계할 것이다.

이번 조각 프로젝트에서 선보일 교육 프로그램은 작품 감상 및 분석과 동시에 동시대의 인문, 사회, 사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기획 되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은 ‘전위적인 정원(Avant-Garden)’에 놓여있는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연스레 동시대 인문학의 맥을 짚어 나아가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현대인들이 지닌 ‘image’와 작가의 ‘image’ 그리고 ‘text’ 사이에서 소통의 근거와 의미를 발견해 그 경로를 알려주는 ‘navigator’ 역할을 하게 될 이 교육 프로그램은 2008년 부산비엔날레 조각 프로젝트가 주는 특별한 이벤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생각해 보라! 정원 속을 거니는 아이들이 자연스레 작품을 맞닥뜨려 에피소드를 만들고, 그 에피소드들을 늘어놓다 자연스레 인문학적 상상력을 접하게 되는 사건을.

최근 입시에서 논술이 과열양상을 띠다 잠시 주춤했다. 우리 아이들이 기본적으로 읽고 말하고 쓰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시작된 교육이었다. 그런데 단기간의 입시에서 이를 운용하였더니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가중되었었다. 그런데 사실 지역의 문화기반 시설이나 자원을 활용하면 아이들이 어렵지 않게 창의적으로 받아들이고 말하고 글을 쓸 수 있게 된다. 세계적인 거장의 작품 앞에서 “그 제목이 맘에 들지 않아…”라고 중얼거리는 아이의 황당한 논리력이 궁금하지 않은가? 이번 교육 프로그램의 취지는 바로 이러한 것이다. 자연스레 이성과 감성을 연결 짓는 것, 바로 text와 image를 연결 짓는 일이다. 그리고 그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며 나름의 목적과 이유를 발견하는 것(navigator), 물론 재미나게. 이것이 <네비게이터; 텍스트와 이미지 사이에서>가 추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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