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과 창의성은 목표가 아닌 방법론이자 태도이다

미래가 되는 상상

소위 4차 산업혁명. 그 실체에 대해서는 비판론과 회의론도 존재한다. 하지만 다소의 선정성과 모호함에도 불구하고,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 거대한 변화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과거와의 차이가 있다면 이제 테크놀로지가 인간을 보조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는 수준에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점이다. 그 정점에는 인공지능과 네트워크, 로봇,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 등이 존재하는데 개별 테크놀로지의 발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 기술의 연결과 융합, 시스템화이다. 그래서 필자는 4차 산업혁명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모든 것을 연결하여 모든 것을 자동화하는 새로운 문명의 단계’로 이야기하고 있다. <The

편재성과 창조성 사이에서

책으로 읽는 문화예술교육

“물질도 공간도 시간도 최근 20년 이래로는 태곳적부터 있어왔던 것이 아니다.” – 폴 발레리 「편재성의 정복」 중 기술 기계의 발전은 예술을 포함한 인간 사회의 전 영역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가? 폴 발레리(Paul Valéry)의 소품 「편재성의 정복」(1928)*은 20세기 초 기술 문명이 급격하게 발전하는 시기에 살던 한 지식인의 예감을 담고 있다. 인간은 기술 발전을 통해서 마침내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이고 이로써 예술의 형식과 용도 또한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물, 가스, 전류가 멀리서부터 우리 집으로 와서 별 어려움 없이 우리의 필요를

예술교육에서 목격한 회복과 시작의 현장

[해외리포트] ‘2020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국제 온라인 프로그램 리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예술의 창조성과 회복력을 강조하고 기념하기 위해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International Arts Education Week) 행사가 2020년 5월 25일부터 31일까지 온라인으로 개최되었다. 유네스코는 2010년 제36차 총회에서 ‘서울 어젠다’(Seoul agenda)를 채택하고 선포한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를 기념하여, 매년 5월 넷째 주를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으로 지정했다. 감염병이 확산하는 가운데 맞이한 올해의 주간행사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세계 91%의 학생들이 학교 폐쇄로 인한 영향을 받고 있고, 90%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문을 닫고, 예술가들은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유네스코는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예술교육이

인간과 기술, 앎과 실천의 관점을 만드는 실험

최빛나·송수연 언메이크랩

언메이크랩(Unmake Lab)은 인간, 기술, 자연, 사회 간의 관계에 대한 관심을 전시뿐만 아니라 연구, 교육, 출간 등의 풍부한 활동으로 풀어낸다. 또한 일방적인 시선으로 질문하거나 설득하기보다는 함께 경험하고 생각하고 얘기하며 동시대의 관점과 의제를 만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져올 기술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문화예술 창제작 및 교육계의 논의가 한참인 요즘, 인공지능(AI), 컴퓨터 비전(CV)에 대해 리서치하며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형태를 모색 중이라는 최빛나, 송수연 두 작가와 함께 급변하는 기술사회에서 시민적 창제작자가 가져야 할 시선과 시도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눴다. 언메이크랩의 활동은 전시, 연구, 출간,

융합과 확장을 넘는 새로운 시도와 실험

제주문화예술재단 창의예술교육발전소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은 문화예술교육에도 예외 없이 불어 닥쳤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는 ‘융합’과 ‘확장’을 키워드로 예술 장르 간 통합, 인문학과의 통합뿐만 아니라, 최신 과학기술과의 융합까지 고려의 범위를 확장하게 되었다.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는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한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조직한 프로젝트 그룹이다. 주제에 따라 과학기술랩, 생태랩, 인문랩, R&D랩을 구성하고 약 8개월에 걸쳐 과학기술과 융복합된 창의적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실행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는 여러모로 새로운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이제까지 그려왔던 문화예술교육의 궤적을 벗어나서 문화예술교육의 고도화를 꾀하는 전환점을 만들고자 하였다.

살아 움직이는 해석과 활용

문화예술교육과 기록

예술가들은 아카이브에서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을 뿐만 아니라 예술적 매체로도 사용한다. 예술 작업에서 발견되는 감각과 활동이 기록되고 그 자체로 아카이빙 자료가 되기도 한다. 자료의 축적, 분류 및 문서화는 아카이브 생성과 구축으로 이어지고, 한편에서는 그것을 조립하고 해체하고 콜라주 하며 새로운 과정을 만든다. 기록은 역사 인문에 대한 해석의 도구이자, 동시대와 소통하면서 계속 업데이트되고 확장하며 살아 움직이게 된다. 미국 국립기록원 온라인 교육 도구 사이트[이미지출처] 독스티치 기록물 분석을 위한 워크시트(초급-예술작품)[이미지출처] 미국 국립기록원 기록 자료를 교육에 활용하기 미국 국립기록원은 소장자료를 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새로운 교감의 방식을 찾아서

언택트 시대, 길을 찾는 예술

‘사회적 거리두기’는 모든 사회적 존재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예술가 또한 예술 활동이나 작업 방식을 바꾸고 온라인으로 관람 방식을 확장시키면서 그동안의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가늠하며 계속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아가는 예술작업을 소개한다. ‘창문 초상화’[사진출처] 아담 이스펜디야르 홈페이지 기록으로 연결하는 지역사회 “역사는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것만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역사학자 오항녕이 쓴 책 『기록한다는 것』에 나오는 말이다. 기록을 남기는 일과 그것을 제대로 관리하는 것이

예고된 변화를 주도하는 예술적 성찰이 필요하다

[좌담] 테크놀로지 시대, 문화예술교육의 방향

몇 해 전부터 문화예술교육 분야에도 첨단의 과학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부쩍 활발해졌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예상치 못한 일상의 변화를 겪으며 온라인 비대면 교육에 대한 이슈가 긴급하게 다가왔다. 이미 ‘도래한 미래’인 테크놀로지 시대의 문화예술교육은 어떠한 가치와 방향을 가지고 가야 할지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좌담 개요 • 일 시 : 2020년 5월 19일(화) • 장 소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1층 A.Library • 좌 장 : 정원철 (추계예술대학교 교수) • 참석자 : 강득주(서울문화재단 서서울예술교육센터 매니저), 손경환(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 운영지원팀장), 신윤선(유쾌한 아이디어 성수동공장 대표) 정원철

생태계 내적 존재로서의
삶과 문화예술교육

2020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맞으며

하늘이 놀랄 만큼 맑다. 항상 눈앞을 가리고 있던 뿌연 막이 사라졌다. 코로나19 감염증의 장기화로 인해 미세먼지가 확연히 줄어든 것이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고 나서야 뭔가 달라졌음을 알아차리지만, 다른 생명체들은 온몸의 감각으로 훨씬 빠르게 변화를 직감한다. 공기 중의 분진뿐 아니라 땅의 울림과 소음이 감소하면서 동물들이 활동영역을 넓히고 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제한되자 지구 생태계에 바람직한 변화의 징후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인간의 삶이 단지 인간들끼리 만의 삶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레 일깨운다. 비대면 실기교육을 영 불편해하며 등교 수업할 날만 고대하고 있던

건강한 성장과 생명을 불어넣는 교육

전환의 시대, 학교 교육과정의 변화를 위하여

물개는 헤엄을 잘 치고, 원숭이는 나무에 잘 오른다. 아이들도 저마다 수십만 가지의 천부적 잠재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아이들의 다양성은 고려하지 않은 채 공정한 평가라는 이름으로 동일한 시험을 강요하며 경쟁을 부추긴다. 이는 물개가 나무에 오르는 연습을 해야 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획일화된 평가를 기초로 한 대학입시제도에서 학생들은 불안해하며 병들어간다. 사제이자 심리학자인 헨리 나우웬은 그의 저서에서 “무한경쟁을 시키면 불안, 긴장하게 되고 친구를 경쟁자로 인식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고립된다.”고 했다. 어린 시절부터 경쟁으로 내몰린 아이들은 정상적인 생각을 하기 어렵다. 어린 학생들에게

마음을 보듬고 진심을 다하는 예술교육자를 꿈꾸며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을 말하다④
김나예 예술교육 생명나무 예술가 교사

올해로 문화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국제적인 담론의 장을 형성했던 ‘서울 어젠다: 예술교육 발전목표’가 채택된 지 10주년이 되었고,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정으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본격화된 지도 15년이 지났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문화예술교육을 받았던 어린이·청소년들은 자라서 청년이 되었고 사회인으로서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료가 되기도 했다. 문화예술교육은 이들에게 어떤 기억과 영향을 주었을까? 앞으로 이들이 만들어갈 시대에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문화예술교육과 함께 성장한 청년에게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과 역할, 방향에 관하여 들어본다.   ① 김도연 청년협동조합 뒷북 조합원    ② 최진성 안무가·댄서

전환의 시대, 변화와 과제를 모색하다

‘2020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온라인 행사 프리뷰

매년 5월 넷째 주는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이다. 2011년 유네스코 총회에서 우리 정부가 발의한 ‘서울어젠다: 예술교육 발전목표’가 만장일치로 채택되면서 선포된 후 올해로 9회를 맞았다. 매년 문화예술교육 관계자 및 전문가들의 깊이 있는 논의의 장이 마련되었고, 일반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5월 25일(월)부터 29일(금)까지 개최되는 ‘2020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하여 대국민 온라인 토론회와 다양한 온라인 홍보 콘텐츠 등으로 선회한다. 두 차례에 걸친 공개 토론회는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하며, 일반 시민들과 함께했던 참여 프로그램은 기존 대면 행사를 대신하여 SNS에서

비우고 버리며 채워지는
‘무정형’ 문화예술교육

채성태 문화공간 싹 대표

2010년 늦은 봄, 문화공간 싹을 처음 찾았다. 전주시 완산구 서신동 지하에 있는 자그마한 공간이 주는 자유로운 느낌이 매우 신선했다. 역할이 부여된 공간이 아닌 쓰임에 따라 달라지는 공간, 사용하는 이들 누구나 주인이 되는 모두의 장소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채성태 대표는 그렇게 자신의 옆자리를 모두에게 내어준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눈높이를 맞추고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촘촘한 관계망이 맺어진다. 그는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통해서 ‘자기 삶을 기획하는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동반자이자 친구다. 수학자 아미르 악젤은 ‘‘0’은 무한이면서 동시에

음악이 준 위로와 격려를
더 큰 꿈으로 키워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을 말하다③ 김선혁 협동조합 문화예술단 꾸마달 이사장

올해로 문화예술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관한 국제적인 담론의 장을 형성했던 ‘서울 어젠다: 예술교육 발전목표’가 채택된 지 10주년이 되었고,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정으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본격화된 지도 15년이 지났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문화예술교육을 받았던 어린이·청소년들은 자라서 청년이 되었고 사회인으로서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료가 되기도 했다. 문화예술교육은 이들에게 어떤 기억과 영향을 주었을까? 앞으로 이들이 만들어갈 시대에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문화예술교육과 함께 성장한 청년에게 문화예술교육의 필요성과 역할, 방향에 관하여 들어본다.   ① 김도연 청년협동조합 뒷북 조합원    ② 최진성 안무가·댄서

문화, 예술, 삶의 좌표를 담아

지역 특색이 담긴 문화예술지도

새로운 곳을 찾아가거나 여행을 떠날 때 준비해야 할 필수품 중 하나가 지도이다. 떠나기 전 지도를 보며 지형지물을 익히고, 길을 확인하며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호기심이나 기대감을 갖기도 한다. 이제는 구글어스로 세계 어디든 직접 가지 않아도 거리의 풍경까지 확인할 수 있다. 보이는 그대로의 지형지물이나 풍경 중에서도 지도에 어떤 것을 어떻게 표기하고 드러내냐에 따라 만든이의 취향이나 생각을 공유하는 창구이자, 발견에 대한 기록이 되기도 한다. 문화예술지도에는 일정 지역에 있는 다양한 문화, 예술 콘텐츠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다. 미술관, 공연장, 책방,

멈춤에 대한 희망 –
깨어나기 위한 질문

전환의 시대를 건너는 예술교육

멈추면 무엇이 보일까? 티베트어로 드렌파(drenpa)는 ‘대상이나 조건, 상황을 자각하다. 또는 깨어있다.’라는 의미이다. 이는 ‘나’라는 고정된 실체를 발견하는 대신 살아있는 모든 존재와 연결되어 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자각이나 깨어있음이 가능하려면 기억하고 돌아보기를 위한 자발적 멈춤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매우 심각하고 위험한, 그리고 원하지 않는 ‘멈춤’의 상황에 서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전 지구적 멈춤이 진행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역설들이 감지되고 있다. 인간의 행동이 멈추자 도시의 공기는 깨끗해졌고, 감시가 느슨해진 틈으로 아마존의 숲은 망가져 가고 있다. 유럽연합은 흔들리고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