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의 오늘과 삶의 풍경을 모으다

남과 북이 함께 만들어가는 겨레말큰사전

1999년 겨울 금강산에 갔었으니, 벌써 20년 전의 일이다. 관광을 목적으로 간 것이 아니라 북측 인사들과 교류를 위해 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에는 동해항에서 배를 타고 금강산에 갔었는데, 항해 시간이 꽤 길었다. 금강산호텔에서 행사를 끝내고 구룡폭포로 관광을 나섰다. 구룡폭포로 가는 길 중간중간에 북측의 안내원들이 나와 있었다. 그들 중에서 젊은 청년 하나가 가슴에 차고 있는 내 이름표에 관심을 가졌다. “선생께서는 통일맞이 문익환기념사업에서 나왔구만요?” “통일맞이를 아세요?” “그럼 알지요. 문익환 목사님은 수령님을 만나신 통일의 선구자 아니십네까?” “아이쿠 정말 반갑습니다. 어디에서 오셨어요?” “온정리에서 왔습네다. 내일

생활권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문화지소’로 열다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전남의 노력과 고민

2018년도에 수립된 「전라남도 문화예술교육 계획」은 전라남도 지역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농산어촌 지역의 문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 문화예술교육 플랫폼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전라남도 문화예술교육 계획」에 근거하여 전남문화관광재단에서는 기초단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해 ‘문화지소’ 시범 운영 등 생활권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추진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라남도의 지역적 특색을 살리고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기초센터와 더불어 각 지역에 ‘문화지소’를 설치하고 기초의 아젠다를 광역에 제시하고 요청할 수 있는 ‘지역 문화정책 아젠다’를 지속 추진하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다. 현장연속워크숍 여수 기초 단위 중간 지원조직의 필요 기초 단위에서는 소통과 매개를

속담을 꿰뚫으면 세상이 보인다

이해한 속담들의 오해

‘이해는 오해의 시작’이란 말이 있습니다. 현대에 와서 그렇게 이해된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이 속담입니다. 지어낸 이야기가 속담의 유래인 양 오해하고, 속담 속 단어를 잘못 알기도 하며, 외국 속담을 우리 속담인 줄 착각합니다. 또한 속담 하나로 우리 민족성까지 폄하합니다. 이번에는 잘못 이해한 우리 속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근거 없어도 그럴듯한 지금 비가 쏟아질까 아닐까를 두고 옛사람 둘이 소 내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생긴 말이 ‘소나기’의 사투리 ‘소내기’입니다. 이런 근거 없이 그럴듯한 어원을 민간어원설이라고 합니다. 사람이란 모르는 바를 어떻게든 이해하고자 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효과적인 연수를 위한 기술의 결합

아르떼 아카데미 온·오프라인 블렌디드 연수

아르떼 아카데미는 문화예술교육 전문 인력 양성과 재교육을 위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연수 전문 프로그램이다. 2004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교육진흥원에서는 다양한 연수과정을 개설하여 운영해왔다. 2005년 ‘교원 문화예술교육 역량강화 연수’를 시작으로 2006년에는 ‘학교/사회 예술강사 연수’, ‘문화예술교육 기획인력 양성 연수’, ‘문화예술교육 정책관계자 연수’ 등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협력자 전문 연수를 시행하였으며, 2012년에는 아르떼 아카데미로 연수과정을 브랜드화 하여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다. 2017년을 기점으로 연수의 방향성은 크게 변화하였는데, 교육진흥원 사업에 참여하는 예술강사만을 대상으로 추진하던 ‘선택 연수’가 사업 참여 여부와 관계없이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더 작은 단위에서 더 큰 관계를 만든다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인천의 노력과 고민

인천에서는 지난 4월부터 시작해서 9월까지 기초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기초센터’)를 주제로 총 5회의 권역별 라운드테이블이 운영됐다. 정식 명칭은 ‘광역-기초 문화예술교육체계 구축을 위한 릴레이 포럼’이다. 기초문화재단, 문화기반시설, 평생교육시설, 문화예술교육 단체 및 관계자, 지역주민들까지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이 참석한 이 자리는 참여자 간 서열이 없었고 또 정해진 규칙도 없었기 때문에 매번 참석할 때마다 논의가 진행될 방향에 대해 어떤 예측도 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각본 없는 논의 테이블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던가? 현장의 목소리는 날카로웠고 지금까지 행해왔던 문화예술교육의 민낯은 여실히 드러났다. 11월 14일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에서 그동안 진행한

결핍을 넘어, 역동하는 가능성의 도시로

안산의 문화지형과 문화 다양성

예술인 입장에선 ‘예술하기 좋은 도시’, 시민 입장에선 ‘예술을 품고 사는 도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문화예술 사회적협동조합 컬처75. 이 이름을 소개하면 늘 받는 질문이 “75년생이세요?”이다. 당연히 아니다. ‘75만 안산시민 누구 하나 빠짐없이 문화적 혜택을 누리는 도시를 만들자’는 취지로 ‘컬처75’라는 이름이 생겼다. 안산에서 예술하는 청년예술인들과 이제는 청년을 넘어버린 중년의 예술인 130명이 모여 있는 예술인 협동조합을 만들며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지향하는 방향이었다. 우리 조합원들의 예술활동이 정확히 시민을 향하자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컬처75는 예술인들이 서울로 떠나지 않고 안산에 머물면서도 더 좋은

문제해결로서의 교육과 방법적 혁신

바우하우스의 교육적 의미

문제해결로서의 교육 삶은 문제해결의 과정이다. 개인과 사회, 그리고 시대는 모두 자신의 문제를 안고 있다. 개인이든 사회든 자신의 문제를 잘 파악하고 해결해나가는 것이 좋은 삶의 조건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보면 사실 교육도 문제해결을 위한 수단이다. 교육은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기 때문이다. 그를 통해 교육은 주체를 변화시킨다. 교육 이전과 이후의 주체는 달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교육이라 할 수 없다. 우리가 교육을 통해서 기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문제해결 능력의 향상에 의한 주체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물론 무엇이 문제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능력이 무엇인가에 대한

누구도 외롭지 않은 도시를 위하여

부산문화재단 비전 2030 수립과 지속가능발전목표의 문화적 실천

부끄럽지만 이 지면을 빌어 고백한다. 광역문화재단 입사 8년 차 직원이지만 아직도 문화예술정책에서 자주 회자되는 언어들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지역성, 자생력, 선순환 구조’ 등의 언어는 내가 발 딛고 있는 땅과 삶에서 홀연히 떠 있는 것 같고, 내 직장이 뭐 하는 곳이냐고 묻는 친척들의 질문에 한 번도 속 시원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부산문화재단 비전 2030’ 수립 집필을 담당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 어떻게든 붕 떠 있는 문화예술의 정책 언어들을 시민에게, 아니 적어도 내 동료들에게라도 선명하게 전달되도록 바꿀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포용적 정책, 사회복지와 문화정책의 핵심 틀이 되다

2019년 11월 문화예술교육 정책 동향

1. 포용국가 아동정책과 아동권리보장원, 제2차 지역 순회 정책토론회 개최 (‘19.10.25.)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은 ‘제2차 포용국가 아동정책 지역 순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포용국가 아동정책의 발전 방안과 아동권리보장원의 역할을 논의했다. 이 토론회에는 충청권 지역의 아동복지 분야 학계, 전문가와 현장 실무자 및 정책관계자 등이 참여하여 지역과 현장의 의견이 제시되었으며, 앞으로 광주, 부산, 서울 등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다. 지난 5월에 정부가 발표한 포용국가 아동국가책임제 구현을 위한 핵심 기관으로서 아동권리보장원은 아동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수행과 아동복지 관련 사업의 효과적인 추진을 위하여 필요한 정책의 수립을 지원하고 사업평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

공동체, 주름을 읽고 이름을 기억하기

A.C.클리나멘 ‘빼뻘주름프로젝트’

의정부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기지촌을 원형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는 곳이 있다. 고산동 ‘빼뻘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그 이름의 유래에는 주변 배나무밭이 많아서 그렇다는 설과, 뺑이라는 식물이 많아서 그렇게 부르게 됐다는 설, 한 번 들어오면 발을 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세 가지 다 빼뻘을 설명하는 데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경기 북부는 문화 소외 지역으로 분류되곤 한다. 국가 안보를 위해 지역이 희생한 시간이 그만큼 길었기 때문이다. 빼뻘마을은 한국전쟁 직후 미군기지 캠프 스탠리와 함께 자연 형성되었으나 평택으로 기지 이전이

예술교육도시, 꿈꾸는 예술터로 도약하는 전주의 미래

전주 꿈꾸는 예술터 ‘팔복야호예술놀이터’를 개관하며

2005년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정 이후 예술교육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는 여러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전주에서는 어떤 시도를 하였을까? 외부의 시각도 그렇지만 많은 전주 사람은 예향의 도시에 산다는 자부심을 느낀다. 그러나 정작 전주는 예술교육을 시도해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정책이나 시스템에서가 아닌 지역만의 방식으로 학습된 것은 있을 수 있으나, 함께 고민하고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주어지는 정책의 틀은 없었다. 이것은 비단 전주만의 과제가 아니라 전국 기초자치단체의 실정이기도 하다. 지금까지는 광역단위의 문화예술교육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에, 기초자치단체는 소외되어 있거나, 정책에 반영되지 못한 상태이기도 하다.

박물관은 살아있다? 박물관의 비하인드 스토리!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

[아르떼365]에서는 올 한해 C Program과 협업하여 ‘아이들을 위한 제3의 공간’을 주제로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열린 공간, 어린이를 위한 공공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매월 한 번씩 소개한다. 넘나들며 배울 수 있는 성장과 자극의 기회를 제공하는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과학관의 사례와 함께,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그리고 공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담아낼 예정이다. 박물관의 밤은 어떤 모습일까? [이미지 출처] The night at the museum 모두가 잘 아는 영화 ‘박물관은 살아있다’의 원작 <The night at the museum> 그림책을 읽어본 적 있는가? 깜깜한 밤이

속담으로도 때리지 마라

시대에 불응하는 옛말의 폭력

어떤 상황이 닥쳤거나 조짐이 보일 때 떼는 말부리로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가 있습니다. 이때 말하는 옛말은 대개 입으로 전해온 말, 속담이지요. 옛말이라고 다 맞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속담을 진리라도 되는 양 의기양양 확고부동한 근거로 내세우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속담은 경험칙에 불과합니다. 여기서는 맞지만 저기서는 맞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달라요’지만 그래도 상황에 꼭 맞게 쓰면 그 말에 큰 무게가 실립니다. 쟤가 먼저 시비를 걸어 참다 참다 난 싸움인데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야’ 똑같이 혼내면 얘만 억울하지요. 그 상황에는 쟤한테 ‘사나운

사회적경제와 생활SOC로
지역문화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다

2019년 10월 문화예술교육 정책 동향

1.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 지정 제도’ 도입(‘19.10.14.)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한 문화서비스·일자리 창출 방안」(‘19.9.3.)을 발표했다. ‘일과 삶의 균형’으로 국민의 문화(여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문화 분야 사회적경제조직을 특화 육성하여 생활 밀착형 문화서비스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 기조로 고용 친화성과 지역 친밀도가 높은 사회적경제조직의 지원, 문화 분야의 근로 환경 개선, 문화·체육시설 및 프로그램의 양적 확대, 지역-주민-사회적경제조직의 기획·운영에 참여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의 창의성·감수성을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혁신적 사업 모델을 창출할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을 발굴한다고 발표했다. * 부처형 예비사회적기업 : 사회적

‘센터’라 쓰고 ‘활동’이라 읽는다

2019 기초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집담회

‘2019 기초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함께 이야기하는 집담회’가 11월 11일 오후 청년문화공간 주(JU)에서 열렸다. 100여 명의 참여자들은 지역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방안들에 귀를 기울이고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며 집담회의 내용을 채워갔다. 집담회를 준비했던 구성원 중 한 명으로 가장 우려했던 것은 집담회가 패널들만의 말 잔치로 끝나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그런 걱정은 기우였음이 밝혀졌다. 개인 참여자, 기초와 광역문화재단 관계자를 막론하고 관심은 뜨거웠으며 논의 역시 끊임없이 이어졌다. <‘2019 기초 단위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집담회’ 현장> 기초단위 문화예술교육을 기획, 촉진하는

분단된 현실의 평화부터 개인의 평화까지

문아영 피스모모 대표

피스모모 문아영 대표와는 구면이다. 아니, 그냥 구면이라는 말로는 부족하겠다. 지난해 초 인스브루크대학 평화학 석사 과정 입학을 기다리면서 전부터 눈여겨보아 왔던 피스모모 평화대학 프로그램에서 자원활동가인 피스 액티비스타(Peace Activistar)로 일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자원활동을 하면서 문아영 대표의 강의를 접했고, 마지막 날 뒤풀이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얼마 후 나는 오스트리아로 떠났지만 언젠가는 피스모모와 다시 만나게 되리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인터뷰 요청을 받게 된 것이다. 단숨에 승낙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랜만의 만남에 반가움을 표시한 후 자리에 앉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시 뵙게 되어 반갑다. 요즘 피스모모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