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틀

움트고 피어나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장면들을 포착합니다.

농사짓고 요리하며 삶을 배운다

광주광역시청소년삶디자인센터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식당’

서울의 명동이라 할 수 있는 광주 시내 중심에 ‘삶디’라는 별칭을 가진 청소년삶디자인센터가 있다. 청소년들이 자기 삶을 멋지게 가꾸는 디자이너(life-designer)이자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소셜 디자이너(social-designer)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진 진로특화시설이다. 이곳에는 청소년 농부요리사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식당’이 있다. 참 용감한 이름이다. 이런 최상급 표현을 거침없이 넣었으니 말이다. 줄여서 ‘세가식’이라고 부르는 이 식당은 진짜 식당이 아니다. 삶디 음식공방에서 17세부터 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1년 동안 운영하는 방과후 프로그램 이름이다. 2017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로 4년차가 되었다. 그런데 어쩌다 ‘세상에서 가장’이란 용감한 부사를 사용하게 됐을까?

결핍을 넘어, 역동하는 가능성의 도시로

안산의 문화지형과 문화 다양성

예술인 입장에선 ‘예술하기 좋은 도시’, 시민 입장에선 ‘예술을 품고 사는 도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협동조합을 만들었다. 문화예술 사회적협동조합 컬처75. 이 이름을 소개하면 늘 받는 질문이 “75년생이세요?”이다. 당연히 아니다. ‘75만 안산시민 누구 하나 빠짐없이 문화적 혜택을 누리는 도시를 만들자’는 취지로 ‘컬처75’라는 이름이 생겼다. 안산에서 예술하는 청년예술인들과 이제는 청년을 넘어버린 중년의 예술인 130명이 모여 있는 예술인 협동조합을 만들며 가장 먼저 한 생각은 지향하는 방향이었다. 우리 조합원들의 예술활동이 정확히 시민을 향하자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컬처75는 예술인들이 서울로 떠나지 않고 안산에 머물면서도 더 좋은

공동체, 주름을 읽고 이름을 기억하기

A.C.클리나멘 ‘빼뻘주름프로젝트’

의정부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기지촌을 원형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는 곳이 있다. 고산동 ‘빼뻘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그 이름의 유래에는 주변 배나무밭이 많아서 그렇다는 설과, 뺑이라는 식물이 많아서 그렇게 부르게 됐다는 설, 한 번 들어오면 발을 뺄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세 가지 다 빼뻘을 설명하는 데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다. 경기 북부는 문화 소외 지역으로 분류되곤 한다. 국가 안보를 위해 지역이 희생한 시간이 그만큼 길었기 때문이다. 빼뻘마을은 한국전쟁 직후 미군기지 캠프 스탠리와 함께 자연 형성되었으나 평택으로 기지 이전이

극복 아닌 공감, 이야기를 멈추지 않기

장애여성공감 극단 춤추는허리

장애여성 인권운동 단체인 ‘장애여성공감’에는 몸에 대해서 새롭게 이야기하는 방법을 탐색 중인 극단 ‘춤추는허리’가 있다. 다양한 몸과 허리로 여러 가지 공연을 즐겁게 보여주겠다는 기조가 담긴 이름이다. 여성의 몸은 건강하고, 젊고, 날씬해야 한다 같은 사회적 통념에 따르자면 휘어지고 비틀거리는 몸은 비정상이 되지만, 극단 춤추는허리는 자신들의 몸으로 정상이라고 치부되는 것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균열을 내며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질문을 던진다. 균열을 큰 구멍으로 만들기 위해 다른 단체들, 소수자들과 연대하고 있다. 혼자가 아니라 같이 가는 방법을 찾고, 실천 중인 여성들로 구성된

대학의 전문성과 자원이 예술교육의 바탕이 되려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예술캠퍼스' 사업으로 본 예술대학의 고민과 딜레마

바야흐로 대학의 수난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과거 ‘상아탑’이니, ‘학문의 전당’이니 하며 칭송받고 선망되던 그 자리는 처절한 경쟁과 경제 논리, 끝없는 욕망으로 무장한 이 시대와 사회의 이데올로기가 고스란히 압축된 ‘복마전’이 되어가고 있다. 지성과 낭만을 논하며 엘리트를 양성하고 정의를 외치며 대중을 선도하던 과거는 아스라한 추억이 되었다. 그저 대학재정과 실적을 위한 사업 수주,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학생 유치, 그리고 어느 대학의 경우처럼 ‘공무원 사관학교’를 대놓고 표방하며 취업의 매개자를 자처하는 직업훈련소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취업’도 ‘돈’도 되지 않는 예술대학들의 위상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협동하는 음악가들의 실험장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원 ‘뉴뮤직프로덕션랩’

대금, 플루트, 피아노 연주자와 한 손에 펜을 쥔 작곡가가 교실을 돌아다니며 즉흥 연주를 시작한다. 대금 가방을 여는 지퍼 소리와 플루트로 내는 날 선 바람 소리, 펜으로 피아노의 현 부분을 긁는 소리 등, 음악가들이 선택한 모든 소리는 음악의 재료가 된다. 이들의 목표는 ‘선’이라는 단어의 다중 의미를 풀어내는 것. 음악과 음악이 아닌 것을 가르는 선(線)의 존재를 재고하며, 예술의 선(善)이 무엇일지를 탐구하는 이들의 창작은 서로 다른 전공의 네 음악가가 함께하는 자유 즉흥연주에서 출발한다. 다른 한편, 성악가와 작곡가, 피아노 연주자 두 명으로 이루어진 팀은

참매미 울음 같은 퍼레이드

나무닭움직임연구소

막바지 더위에 대구예술발전소에서는 생태예술 프로젝트 ‘도롱뇽의 눈물, 나비의 꿈’ 퍼레이드를 위한 작업이 날씨만큼이나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다. 작업장은 거대한 인형과 탈을 만드는 곳, 의상을 꿰매고 색칠하는 곳, 노래를 연습하는 곳, 장다리를 익히는 곳 등 이곳저곳 아니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 열기를 내뿜는 참여자들의 뒤꽁무니를 쫓아가 보았다. 저는 순한 양입니다, 저는 예쁜 꽃입니다. 탈 또는 가면을 만들고 있는 아이들이 자신을 소개하는 멘트다. 듣기에 따라선 이름이 아니라 배역으로 설명하는 것이 별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한데, 언제부터 양과 꽃이라고 말하게 된 것일까. 역할이

아름다운 제주를 닮은 공동체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 마을기업 제주살래

제주도는 대표적인 한국의 관광‧휴양지이기도 하지만 제주시와 서귀포시 일대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농‧어촌지역이다. 읍·면·리사무소를 중심으로 마을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고 한라산 중산간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기점으로 해안마을과 중산간 마을로 분류된다. (중산간 위로 19개의 마을은 4·3으로 인해 모두 사라졌다) 2010년을 기점으로 제주도의 유입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해 2만 명에 달하는 이주 열풍은 2016년 정점을 찍고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육지에서 섬으로, 도시에서 시골로 삶의 터를 옮기는 이주민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는다. 제주도에서는 이주민을 ‘이민자’라고 부른다. 같은 언어를 쓰지만 그만큼 적응하기 힘든 이국의 땅과 같다는 말이다. 이민자의

미디어로 동네일에 참견해 보세요!

문화공동체 아우름 ‘양산마을 미디어 기록단’

광주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양산마을에 ‘미디어 기록단’이 떴다. 양산동은 농촌의 정서가 남아 있는 자연마을도 아니며 그렇다고 유서가 깊은 도심 중심지의 마을도 아니다. 광주 행정구역의 주변부에 있는, 무심코 지나칠 때는 아무런 특징이 없어 보이는 평범한 도시 마을이다. 왜 하필 그곳에 마을 미디어기록단을 꾸렸을까? 미디어 기록단의 활동이 궁극적으로 마을공동체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을까? 너무나도 평범할 것 같은 이 도시 마을에 어떤 기록할 거리가 있을까? 거기에도 그 동네만의 특별하고 별스런 이야기가 있을까? 마을 기록단 활동을 기획한 양산문화사랑방 기획자

복숭아꽃 피는 마을에 노래꽃이 피었습니다

예술꽃 씨앗학교 감곡초등학교 학부모합창단 ‘해피싱어즈’

접시꽃들이 환한 모퉁이를 돌아 엄마들이 학교에 간다. 하나, 둘, 셋, 넷, 마음이 급한지 종종걸음이다. 여기는 충북 음성의 예술꽃 씨앗학교 감곡초등학교. 아이들이 공부하는 교실을 지난 복도 끝자락에 엄마들의 교실이 있다. 앞에 하나씩 악보대를 마주하고 나란히 앉아 아에이오우 목부터 풀었다. ‘해피싱어즈’ 감곡학부모합창단이다. “우리 항상 이렇게 입어요.” 옷차림이 학교 근처에서 서둘러 온 매무새로는 보이지 않아 아래위로 자세히 살피는 것을 알아차렸나보다. 아이가 아까 집에서 본 엄마인지 몰라볼 수도 있겠다고 말을 건네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한다. 합창단원으로서의 마음가짐이 생활에 미친 영향일 것이다. 하나같이 표정이 밝고

문화예술교육, 업(業)으로 지속하기 위한 시작

2019 문화예술교육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사업 ‘체인지 業업’ 워크숍

일주일에 한 번씩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특별하다. 4월부터 시작된 우리의 특별한 목요일은 치열하고, 막막하고, 새로웠다. 4명의 컴패니언과 28명의 참여자가 16번의 만남을 갖고, 예술로 먹고살기 위한 이야기를 쌓아가는 중이다. 문화예술교육 분야 사회적경제 활성화 지원사업 ‘체인지 業업’은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와 사회적경제에 관한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올해부터 2년에 걸쳐 ‘함께 학습’과 ‘스스로 R&D’ ‘사업화’의 과정이 설계되어 있다. 2019년 상반기에는 문화예술교육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이해하고, 태도 및 관점을 갖추는 16회의 교육과정이 진행되었다.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참여자들과 문화예술교육을 업으로 지속할 수 있는

함께, 느슨하게, 자신의 역사를 창조하는 주체로

2019 수원시 평생학습관 ‘활짝 여는 날 - 비밀의 숲’

하지를 앞둔 초여름의 해 덕분에 저녁 7시가 되어도 하늘은 밝았다. 수원시 평생학습관(이하 ‘학습관’)을 방문한 날은 일 년에 한 번 학습관의 활동을 시민과 공유하는 ‘활짝 여는 날’ 행사 기간(6.13~15.)이었다. 마당에 조성된 숲에서는 학습자들이 모이는 ‘비밀의 숲’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비밀의 숲’은 평생학습관 학습모임의 좌충우돌 성장기를 주제로 학습자들이 즐거움과 고민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이다. 행사장은 아파트와 빌라에 둘러싸인 곳이라는 것을 잠시 잊어도 좋을 만큼 숲속 정취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이 숲에서 시민의 삶과 함께하는 자기 주도형 학습모임에 관한 다양한 사례를 만날 수

모든 어린이를 위한 예술교육 만들기

2019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 ‘문화기반시설의 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지난 6월 11일(화) 오전 10시,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2019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이하 ‘한중일 포럼’)이 열렸다. 한중일 포럼은 한국, 중국, 일본의 문화예술교육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국가별 정책과 연구, 사례를 공유하고 향후 3국의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이다. 2013년 서울을 시작으로 일본과 중국에서 매년 순회 개최되어 왔으며, 올해 제주에서 열린 제7회 한중일 포럼은 지난 5월 ‘영유아, 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주제로 열린 2019년 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행사에 이어, 3국의 어린이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정책 방향과 문화기반시설에서의 사례, 예술가의 접근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먼저 포럼을 주최한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학교는 무대’

2019 해외전문가 연계 TAT Lab 국외연수 후속 연구모임 수업 실연

부산시 영도구 남도여중길 130. 6월 초순, 때 이른 더위와 강한 햇빛을 맞으며 걸어 올라갔더라면 진땀을 꽤나 흘렸으리라 싶을 만큼 무척 가파른 언덕배기에서 남도여자중학교를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늘 수업이 진행될 무용실 앞에서 낯선 방문객에게 “안녕하세요!” 하며 격의 없이 인사를 건네는 친구들을 만난 후 다시 마음이 산뜻해졌다. 1학년 디자인 수업에 참여하고자 서로 다른 반에서 모인 16명과 함께 할 오늘의 미술과 연극 융합 수업에 대한 기대도 더 커졌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수업실연 ‘공간의 예술화 – 모두의 학교, 모두의 예술’ 두 번째 수업이었다.

아이를 공부하고 놀이를 확장하여 예술작품으로

극단민들레 영유아극 제작기

영유아극(Baby Drama)은 주로 36개월 미만 아기들이 보는 연극을 말하며, 국제적으로는 스몰사이즈(Small Size)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영유아극을 접한 것은 2006년 아비뇽에서였다. 당시 이란 작품으로 아비뇽 축제에 참가했는데, 우리 공연장 바로 옆에 있는 극장에 아침마다 유모차가 길게 늘어서는 것이었다. 하루는 궁금해서 유모차를 따라 들어갔더니, 아기들이 기저귀를 차고 젖꼭지를 물고 연극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게 뭐지?” 다음 해 한국 아시테지 이사장 자격으로 덴마크와 스웨덴을 방문했을 때, 정식으로 스몰사이즈 부스를 찾아 영유아극을 접하게 되었다. <잼잼> 의욕적인 도전, 가능성의 발견 이후 영유아극을

시간, 공간, 재료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2019 해외전문가 연계 유아문화예술교육 연수 ‘아이들의 예술경험을 위한 시각예술 창작 워크숍’

미세먼지로 뿌연 하늘만 마주했는데 이날의 부산 하늘은 맑다 못해 쨍하게 쾌청했다. 공기 속 부유하는 물질들이 어느새 일상의 기분마저 좌우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느끼며 지구 반대편에서 온 그녀를 만나러 중앙동 한성1918로 출발했다. 전국 곳곳에서 다채롭게 열린 2019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프로그램 중 가장 먼저 신청 마감이 되었다는 이번 연수는 2세부터 12세까지의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에 의한, 어린이에 대한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아일랜드 디 아크(The Ark) 입주 작가 루시 힐(Lucy Hill)을 초청했다. 디 아크(The Ark)는 아일랜드 국내외 예술가들과 협력 해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