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움트고 피어나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장면들을 포착합니다.

서로 힘껏 배우고 나누고 돌보고

온 마을이 공유하는 문화공간 ‘송악마을공간 해유’

따가운 볕에 가만 서 있기만 해도 땀이 맺히는 오후, 최근 열린 듯한 장터 현수막 아래로 어린이 서너 명이 뛰어노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충남 아산시 ‘송악마을공간 해유’(이하 해유) 마당으로 들어서는 길, 면에 있는 마을 공간이라기엔 규모가 큰데도, 마당, 카페, 제로웨이스트숍 등 공간을 삼삼오오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인다. 해유 마당 앞 자유롭게 피어 있는 여름꽃들 사이를 지나 건물로 들어서자니, 번듯하게 지어졌지만 텅 비어 있는 시골의 수많은 공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수억을 들여 지어진들 누구에게도 ‘장소’가 되지 못하는 공간들과 이곳은 무엇이

함부로 대하지 않는 마음이 사람과 지구를 구한다

<쓰레기 영웅>과 사라진 쓸모를 찾는 여정

인간의 쓸모가 사라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사회가 버리는 쓰레기가 그걸 전달하기에 매력적인 오브제라는 생각이 들어서 정크아트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쓰레기로 조형작업을 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정크아트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버려지는 사회에 관해 얘기하고 싶고, 가능하다면 비즈니스를 통해 변화도 만들고 싶어요. – 구형승 작가 2022년 발표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는 기후 비극을 막을 골든타임이 30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작은 실천이라도 해보겠다며 배달 음식은 시켜 먹지 않고 불필요한 소비를 최소화하려 애써보지만, 어느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상’ 가족에 관한 질문

극단 신세계 <한(부모)가족의 동행>

“그 시간을 통해 ‘한부모가족은 차별적 시선을 받을 거야, 그들로부터 차별적 시선을 극복하게 만들어줘야겠어’라는 생각 자체가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프로그램 설계를 완전히 전환했어요. 원래는 편견의 시선을 극복하기 위한 연극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했었는데, 사전연구 기간에 대상자들을 만나면서 ‘그들을 피해자로서 규정 짓고, 동정받아야 하는 존재로 보고 있구나’ 깨달았어요.” 극단 신세계 부대표 김보경의 말이다. 당겨 말하면, 저 몇 문장이 이 긴 원고의 결론이다. 이 원고는 아마도 저 결론에 대한 각주가 될 듯하다. 자존감 회복? 인식개선? 인터뷰 전 작성한 질문지에 이런 질문이 있었다. “이런

매일매일 지구의 날,
모든 생명을 위한 실천

청소년 기후위기 행동 모임 일점오도

점심을 먹기 위해 국수집을 찾았다. “고기 안 들어간 음식이 있나요? 계란, 생선도 안 먹어요.” 식당을 찾은 사람은 기후위기 행동 모임 1.5℃(일점오도)에서 활동하는 민김이다. 민김이는 비건(Vegan)이다. 비건은 육류, 생선, 알류를 먹지 않는다. 이것저것 음식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확인하고 마침내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그런데 양념에 고기가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닌가! 사장님께 물어보니 당황해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해하던 민김이는 고민 끝에 비빔국수를 먹지 않고 다른 걸로 끼니를 채웠다. 음식물쓰레기를 만든 건 아닌지, 분명 물어보고 주문했는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복잡한 심정으로 식당을 나오게 됐다.

흔들리며 탄탄해지는 지역성의 발현

2017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호기심(호랑이 마을을 기억하는 심상치 않은) 프로젝트>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는 그의 저서 『과학 인문학 편지』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지난주 수요일에 나는 나의 컴퓨터가 교내 와이파이(wifi)에 접속하지 못해서 <업무지원센터>의 프랑크를 찾아갔지요. 나의 행위 경로가 중단되었기 때문에 그를 경유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겁니다. 프랑크는 해결을 위해 그레그를 불렀고, 그레그도 해결하지 못하여 결국 마뉘가 온 다음에야 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컴퓨터는 단순한 컴퓨터에서 여러 기술자들이 자신의 지적경험을 나누는 다중적인 것이 되었습니다. 통합된 것에서 조화되지 않은 것이 되었고, 즉각적인 것이었으나 매개되었으며, 빠른 것에서 느린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주말 부족(部族)’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2017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우리는 가족이야, 아니야?>

삶과 예술 아이들이 나무토막에 이쑤시개와 면봉 따위를 활용해 헝겊을 고정해 만든 ‘걱정 인형’을 손에 들고 친구네 집을 방문한다. 집은 의자 뚜껑 안에 마련한 작은 미니어처 형식의 보석상자(cassette) 같다. 아이들은 저마다 개성을 한껏 살려 자기집을 꾸미고 인형을 만들어 손님을 맞이하고 친구네 집들이에 마실을 간다. 손님과 주인은 자기 분신(分身)과도 같은 인형을 마주하며 시시콜콜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아무 방’이라고 이름 붙인 아홉 살 김병준 군은 “내가 하고 싶어 하던 일이어서 더 빠져든다.”며 즐거워한다. 신난 것은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네 살짜리 아이와 함께 프로그램에

서사를 찍다 이미지를 읽다

2018 상반기 아르떼 아카데미 <가르침이 아닌 일깨움의 선상에서-사진교육의 새로운 프레임>

일반적인 교육 현장에서는 통상 교육 주체와 대상이 명확하게 구별되기 마련이다. 부모가 자식을, 선생님이 학생을,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풍경이 익숙하고 당연하다. 그런데 문화예술교육의 현장은 조금 다르다. 그곳에서는 하나의 정답이 아니라 수만 가지 해답이 가능하다. 고정된 방법이 아니라 변화와 발견을 추구한다. 때문에 주체가 대상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은 종종 그 한계를 드러낸다. 이는 많은 문화예술교육 강사들이 고민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지난 2월 12일(월), 양평 현대종합연수원에서 열린 2018 상반기 아르떼 아카데미 문화예술교육 강사 연수 “가르침이 아닌 일깨움의 선상에서-사진교육의 새로운 프레임”을 찾았다. 연수명에서부터 ‘가르침’을 부정하고 있다는

전환의 출발점에서 모험을 꿈꾼다

인천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이하 ‘인천센터’)는 2018년부터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를 운영하기 시작하여 올해 4년 차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내가 사업을 담당하게 된 2020년에는 갑자기 닥친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어려워져 일정 조정과 참가자 재모집 등 사업 진행에 품이 많이 드는 게 힘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가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웠다. 경험에 비추어볼 때, 어려운 사업일수록 평가를 제대로 하고 결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사업을 이어갈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그간 인천센터에서 해석하고 적용한 경험과 고민을 나누는 것으로 시작을 삼고자 한다. 2020 생활학교 2020

주민들의 질적·양적 성장이 ‘진정한 성장’

2018 상반기 아르떼 아카데미 <자치와 마을 공동체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지난 1월 2018 상반기 아르떼 아카데미에서는 ‘마을 공동체’ 관련 소재로 연수가 진행되었다. 연수의 주요 내용으로는 주민 자치에 의한 마을 공동체를 탐구하고 그 안에서 실행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는 것이다. 영하 10도가 훌쩍 넘는 한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모인 연수생들의 열정을 볼 수 있었던 2박 3일간의 프로그램 중, 셋째 날 ‘체험 및 토론 프로그램’에 참석했다. ‘마을 공동체’, ‘지역 문화’라는 키워드가 문화예술 정책으로 중요하게 떠오른 지는 꽤 되었다. 주민, 기획자, 행정, 세 개의 주체가 마을 안에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주제로 만나면서 기획자들에게는 주민들이 쉽게 접할

해외 ‘예술교육’(Arts Education)의 현장을 나누는 ‘순환’(round)의 자리

2017 글로벌 문화예술교육 탐방 프로젝트 <A-round> 오픈 스튜디오

전 세계 방방곡곡에서는 어떤 흥미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들이 펼쳐지고 있을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은 이러한 호기심과 도전 정신을 가진 국내 문화예술교육 매개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해외 탐방을 지원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여 국내 문화예술교육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2015년부터 글로벌 문화예술탐방 프로젝트 를 진행해 오고 있다. ‘A’는 ‘Arts Education’의 약자이며, 해외 문화예술교육의 현장 ‘주변(around)’을 살피고, 그 결과를 국내 관계자들과 공유하고 현장에 적용하여 ‘순환(round)’을 이룬다는 뜻이다. 지난 1월 23일(화), 교육진흥원은 2017년도 참가자들의 해외 탐방 결과를 공유하고, 국내 현장에서의 적용을 탐색하는 자리인 <A-round> 오픈 스튜디오(이하 오픈 스튜디오)를

‘창의적 나이듦’을 넘어 ‘행복한 나이듦’으로 (2)

2017 한‧영 컨퍼런스 ‘창의적 나이듦(Creative Ageing)’

※지난 < ‘창의적 나이듦’을 넘어 ‘행복한 나이듦’으로 (1)(2018.01.22.)> 기사에서 이어짐 [세션 2: 예술과 치매 – 발제] 예술활동을 통한 치매의 접근 및 분석 ‘세션 2: 예술과 치매’는 중앙치매센터* 김기원 부센터장의 ‘한국의 치매 친화적 사회조성 사업 소개’ 발표로 시작되었다. 현재 치매 유병률(有病率)은 80세 이상 노인 4명 중 1명, 즉, 치매환자 중 72%가 지역사회에 살고 있다고 설명하며 우리 모두 함께 잘 살기 위한 해답을 치매와 직·간접으로 관계가 있는 사회 구성원들의 충분한 협력에서 찾고 개인을 넘어 조직 간, 매체 간 협력까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나이듦의 삶으로 ‘찾아가는’ 예술

2017 한‧영 컨퍼런스 ‘창의적 나이듦(Creative Ageing)’ 라운드테이블

고령화 사회에서 예술이 가져야 할 역할에 대해 양국 간의 지식 교류를 확대하고, 기관 간 네트워크 형성 및 협업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열린 〈한영 컨퍼런스 ‘창의적 나이듦(Creative ageing)’〉. 둘째 날인 12월 6일 행사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디지털정보실 라운지 달(DAL)에서 라운드테이블 및 워크숍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본 글에서는 라운드테이블에서 발표된 각 기관과 개인 프로젝트의 흥미로운 내용과 논의된 중심 과제들을 사례 별로 소개하고 관련 질의응답에 관한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뮤지엄 내에서의 창의적 고령화 프로그램 사례’ 노팅엄 시티 아츠, ‘찾아가는 디지털 미술관- 하우스 오브 메모리’ 노팅엄

‘창의적 나이듦’을 넘어 ‘행복한 나이듦’으로 (1)

2017 한‧영 컨퍼런스 ‘창의적 나이듦(Creative Ageing)’

지난해 12월 5일, 주한영국문화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립현대미술관, 영국 배링 재단(The Baring Foundation)이 주최한 ‘2017 한‧영 컨퍼런스 <창의적 나이듦(Creative Ageing)>’이 서울시 50+서부캠퍼스에서 개최되었다. ‘2017~18년 한‧영 교류의 해’ 일환으로 열린 국제 컨퍼런스로서, 고령화로 파생된 사회적 이슈와 공통 과제에 대해 양국의 사례를 공유하여 고령화 사회에서 예술의 역할을 중심으로 양국 간 지식 교류를 확대하고 기관 간 네트워크 형성 및 협업 기반을 마련하고자 열렸다. 양국의 정책입안자, 관련 기관 및 전문가, 일반 시민 등, 약 200여 명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프로그램 ‘기조 세션: 창의적 나이듦’과 ‘세션

꾸밈없는 질문과 성찰이 방향을 만든다

서울시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말과 기록은 플러스마이너스1도씨를 항상 고민하게 한다. 문화예술 분야의 여러 작업자와 협업함에도, 기획을 했다는 이유 혹은 언어화에 좀 더 능하다는 핑계로 우리에게 쓰고 말할 권력이 자주 주어진다. 하지만 한 사람의 발화가 작업 전반을 대표할 때, 필연적으로 비약이 일어난다. 함께 한 이들의 존재, 다른 감각과 해석, 다음 방향에 대한 제안까지, 구구절절 적어도 놓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전체가 합의한 문장이 아니기에 검열이 늘어난다. 낱말 하나하나가 무거워진다. 하지만 ‘품 청소년문화공동체’(이하 ‘품’)의 기록은 29년이 쌓였음에도 여전히 꼼꼼하고 진솔하다. 표현은 대담하고 그때그때의 고민을 거침없이 적는다. 품이

예술로 놀며 ‘스스로’ 크는 아이들

2017 유아 문화예술교육 콘퍼런스

지난해 12월 8일, ‘2017 유아 문화예술교육 콘퍼런스’(블루스퀘어 카오스홀)가 관련 매체 및 국내 유아 문화예술교육을 주도하는 전문가 및 교육 기관 관련자, 정책 관련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되었다. 국내외 공연예술 분야와 시각예술 분야의 다양한 유아 문화예술교육 사례를 공유하여 향후 유아 문화예술교육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200여 명의 청중이 홀 안을 가득 채우며 유아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지대한 관심 속에서 열띤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의 콘퍼런스에서는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추진한 ‘유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기관별 우수 사례를 소개하고, 해외

문화기획자의 감성소생 프로젝트,
세계예술마을로 떠나다!

천우연 작가와 함께하는 A.Library ‘저자와의 만남’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책과 자료집을 모아놓은 알차고 아늑한 공간, 문화예술교육 정보관 A.Library(이하 A.Library)에서 <세계예술마을로 떠나다>의 저자이자 문화기획자인 천우연 작가를 만났다. 스코틀랜드, 덴마크, 미국, 멕시코 네 나라의 예술마을에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6개월씩 총 1년 3개월을 살면서 일상 속 예술을 경험한 천우연 작가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제 몸만한 가방을 이끌고 웃음 가득한 얼굴로 들어온 천우연 작가는 곧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하나 둘씩 꺼내놓기 시작했다. 세계예술마을에서 가지고 온 인형들, 신문, 유인물들, 직접 만든 그림책 등이 A.Library에 가득 펼쳐졌다. A.Library에 들어서는 아르떼365 독자들과 문화예술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