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손끝에 맺히는 마음이 알알이 즐겁다

도봉초등학교 안령 예술강사

도봉초등학교에서 공예수업을 하고 있는 안령 예술강사의 수업은 피터 레이놀즈(Peter H. Reynolds)의 동화 『느끼는 대로』로 시작했다. ‘느끼는 대로 표현하기’ 얼핏 당연한 듯 쉬워 보이지만 곱씹어 보면, 깊고 어려운 과제이다. 안령 예술강사의 수업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표현할까.

다시,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마주할 때

좌담 -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변화와 전망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16년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5.21~27)을 맞이하여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진단과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두 차례 마련한다. 그 첫 번째 좌담회로서 문화예술교육 정책 초기부터 각기 다른 위치에서 정책의 변화과정을 지켜봐 온 네 명의 전문가와 함께 사회적 맥락에서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진단하고 그 가능성을 발견해 보고자 한다.

“잘 작동하는 예술은 그 자체로 교육이 된다”

윤현옥 aec비빗펌 대표, 문화기획자

작가로서 여성주의와 생태주의 등 사회 공공적인 영역에서의 미술이 접촉하고 있는 전통이나 순수한 예술형식으로서 회화와 오브제, 또 나아가서 조각과 설치 영역으로의 조형언어 확산을 실험해 오셨다. 2004년도엔 저희가 안양에서 안양천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바 있고 그 이전엔 기획자로서 잠실에서 있었던 재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작가로서의 당신의 작업이 지금의 활동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나?

‘내러티브’를 잘 듣는 것부터 시작하자

신동호 (사)인문사회연구소장

칠곡 할매들이 쓴 시를 모은 시집 『시가 뭐고?』(삶창)가 지난해 큰 화제가 되었다. 칠곡 인문학도시 총서로 출간된 시집 『시가 뭐고?』를 기획하고, 2020년까지 칠곡군이 추진하는 인문도시 사업을 주관하는 인문사회연구소 신동호 소장을 대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우리 시대 노인은 누구이고, 노년 문화예술교육은 어떠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재미있게 실패하고 함께 배운다

성모자애복지관 허인열 예술강사

그녀는 재치 있고 명랑했으며 유쾌했다. 낭랑한 목소리와 막힘없는 말재간도 그녀의 쾌활함을 더했다. 인터뷰가 시작되기도 전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부러 엄살을 피우는 모습은 천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녀의 공력은 단단했다. 무심하게 치고 빠지는 농담 속에도 그녀의 예리함이 엿보였다. 진지한 고민도 웃음으로 툭 털어내는 모습이 느슨한 듯, 견고했고, 얼렁뚱땅 인 듯, 능수능란했다. 완연한 늦가을, 성모자애복지관에서 만난 허인열 예술강사의 첫인상은 깊고 날카로웠다.

솔직한 표현에 정답은 없다

부산 덕포초등학교 강정림 예술강사

부산 사상구 덕포초등학교에서 강정림 예술강사를 만났다. 왁자지껄 참새 떼처럼 재잘대는 아이들 사이에서, 스스로도 한 명의 학생인 것처럼 자연스레 스며들어 함께 웃고 떠드는 중이었다. 오늘 수업의 주제는 ‘의성어와 의태어를 이용한 캐릭터 디자인’. 수업을 시작할 때, 또 수업의 중간 중간, 강정림 예술강사는 “디자인에는 정답이 없다. 잘 그리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떠오르는 것을 밖으로 끌어내고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반복해 강조했다.

느린 것도, 다른 것도 다 소중하다

부산 성우학교 최정인 예술강사

부산시내에서 한참을 달려 기장의 논과 밭을 지나면 야트막한 산 입구에 성우학교가 있다. 성우학교는 지적장애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다. 몇 년간 장애청소년들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이 있어서 그곳에서 사진수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매 번 장애를 가진 청소년들을 만날 때마다 진이 빠질 정도로 온 힘을 다했지만 명쾌하지 못했던 내 경험 때문인지 그 수업을 진행하시는 분이 어떤 분일지는 더 궁금했다.

지역의 문제에 예술로 주목하라

스콧 란킨, 세실리 하디 / 호주 빅하트

빅하트(BIGhART)는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혁신적 비영리 문화예술 개발 단체로 훌륭한 협업 예술가들과 활동하고 있는 전문프로듀서 그룹이다. 1992년부터 빅하트는 커뮤니티 문화개발 활동을 통해 소외된 지역사회의 불평등에 대한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있다. 이들의 대표적 프로젝트로는 호주 로번 지역 청소년 노인들과 함께 하는 <이잘라 얄라(Yijala Yala)> 프로젝트, 호주 시드니, 멜버른, 호바트 및 국외 선원들, 그리고 그 가족들과 함께 하는 <블루엔젤(Blue Angel)> 프로젝트 등이 있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성장만화 캐릭터

전주 문학초등학교 조송현 예술강사

전주 효자동에 위치한 문학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는 만화수업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아이들은 조송현 예술강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고 있었고 여기저기 환호와 한숨이 교차한다. “다음에 그릴 것은 칭찬이예요.” 조송현 강사의 말에 아이들이 “아~” 하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그린다. 오늘 수업은 만화빙고, 강사가 단어를 제시하면 그와 관련된 25가지 그림을 자신이 넣고 싶은 칸에 그리고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단어를 제시하면서 맞추는 게임이다.

내 몸을 알아가는 무용수업

대원외국어고등학교 김옥희 예술강사

김옥희 예술강사가 진행하는 무용수업을 참관하기 위해 서울 대원외고를 찾았다. 이곳은 한국의 입시교육을 둘러싼 쟁점들이 다루어질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그 정점에 위치한 학교들 중 하나일 것이다. 약간의 긴장감을 어깨로 느끼며 교정에 들어서자 점심시간이 막 끝났는지 교정에서 볕을 쬐는 학생들이 여기저기 보였다. 수업이 진행될 건물 5층에 위치한 무용실로 안내를 받고 얼마 후 학생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온 몸으로 귀 기울이는 엄마의 마음

김포시장애인복지관 이연숙 예술강사

아담한 크기의 회색빛 카펫이 깔려있는 교실을 안내 받고 들어 설 무렵 뒤이어 들어오는 아이들, 낮선 우리 일행이 궁금한지 연신 “누구세요?”를 반복해 물어 본다. 대답을 해 줘도 묻고 또 묻는가 하면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도 아무런 반응이 없거나 배시시 웃기만 하는 아이까지 그 모습이 참으로 다양하다. 이렇게 부모님의 손을 잡고 아이들이 모인 곳은 김포시장애인복지관이다.

폼 잡을 것 없이 리듬을 타듯 유연하게

하용부 문화예술 명예교사

“얼씨구, 지화자, 좋~다!!!”
다 같이 팔을 번쩍 들어 올리자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는 듯 참여자들의 얼굴에 함박꽃이 핀다.
“손님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자식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때 이래 뿌는 기다, 알았제?”
아닌 밤중에 춤과 걸쭉한 경상도말 이야기꽃이 핀 이곳은 대구근로자건강센터. 2015 문화예술 명예교사 사업인 ‘특별한 하루’가 열리는 날, 서비스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마음을 다스리는 춤> 프로그램에 명예교사로 참석한 춤꾼 하용부(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 선생을 만났다.

마음을 매만지는 소박한 손끝

선사고등학교 박정자 예술강사

참으로 오랜만이다. 시선은 두리번거리며 기억을 쫓는다. 정문에 비치된 각종 행사 사진들과 알림판, 복도 옆으로 길게 줄지은 교실들. ‘예나 지금이나 학교는 그대로구나.’ 변함없는 교내 풍경에 마음을 놓으려는 찰나, 문득 학생이 그린 듯한 포스터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포스터 속의 여학생은 짙고 긴 속눈썹에 눈망울을 반짝이며 경고한다. “화장은 적당히”

변화와 성장을 이끄는 연극교육

영등포여자고등학교 함형식 예술강사

날카로운 눈매와 차분한 목소리의 함형식 예술강사. 그를 만난 곳은 아이들의 진지한 몸놀림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영등포여자고등학교 소극장이었다. 학교에도 이런 공간이 있다니! 밀폐된 작은 공간에 소음방지 극장 문, 소박하지만 유용한 조명들의 배치와 무대를 내려다보게 만드는 관객석이 특히 인상적이다. 문득 상념에서 깨어나 보니 어느덧 공연은 여고생의 깔깔거림을 진한 감동의 눈물로 바꾸고 있었다. 공연장 바깥으로 나오니 19회 전국청소년연극제 국무총리상, 2015 SAC 청소년연극제 단체대상 등 근 몇 년간의 연극제 수상 역사가 전시되어 있다. 함형식 예술강사는 예술강사풀제에 참여한 2004년부터 지금까지 예술강사로 영등포여고와 인연을 맺고 있다.

창의성은 삶의 기술이다

나이젤 메이나르드, 스튜어트 바터, 캐롤라인 허치키스 / 영국 아티즈

“창의예술교육이 무엇인가요?”
작년 한 문화재단에서 1년 동안 여러 초등학교에서 많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창의예술교육 수업을 한 강사에게 했던 질문이다. 그때 그는 조금 당황한 듯 한참동안 대답을 못했었다. 나는 그에게 “당신이 지난 1년간 창의예술교사로서 많은 아이들과 수업했다면 지금쯤은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라고 말했었다. 올해는 한 기관으로부터 내가 하고 있는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 내용을 책자로 만들어 아직 경험이 없고 이제 시작하는 선생님들을 위해 배포하자는 제의를 받았다. 좋은 의도에서 시작된 제안이었겠지만, 나는 그것이 정말 새로 시작하는 교사들과 그들에게 배울 아이들에게 좋은 일일까 질문하게 된다.

사소하지만 묵묵하고, 무뚝뚝하지만 꾸준하게

안성시노인복지회관 강은혜 예술강사

뉴욕 브루클린의 작은 담뱃가게 주인인 ‘오기’는 10년째 매일 같은 자리에서 사진을 찍는다. 4천 장이 넘는 그의 사진들은 우뚝 솟은 속된 도시의 프레임과 그 안으로 무표정하게 걸어 들어왔다가는 이내 사라지는 사람들로 한결같다. 오기의 하염없는 사진을 통해 이야기가 흐르고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다. 안성시노인복지회관에서 사진 수업을 하고 있는 강은혜 예술강사의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은 웨인 왕(Wayne Wang) 감독의 영화 <스모크(Smoke)>로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