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내일을 함께 그리며

2025 꿈의 페스티벌에는 대한민국 전국 각지에서 모인 425명의 참가자가 꿈의 예술단이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꿈의 예술단은 음악·연극·무용을 아우르는 꿈의 오케스트라, 꿈의 극단, 꿈의 무용단으로 구성되었으며, 8월 5일부터 7일까지 평창의 여름을 예술로 가득 채웠다. 올해로 2회를 맞이한 이번 페스티벌에는 또 다른 새로운 시도도 있었다. 바로 시각예술교육을 위한 파일럿 프로그램인 꿈의 스튜디오가 첫선을 보인 것이다. 이곳(평창)에서 아이들이 직접 만든 작품은 현장에 전시되었고 단순히 감상에 그치지 않고 어린이들이 작품과 상호작용하며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여기에 더해 태국, 말레이시아, 일본에서 온 60명(각국 20명)의 어린이 합창단이 특별히 초청되어 프로그램에 활기를 더했다. 한국 내 프로그램에는 아직 합창 활동이 본격적으로 포함되지 않았기에 이번 초청은 더욱 의미가 깊었다.
  • 2025 꿈의 예술단 합동캠프 ‘꿈의 페스티벌’ 1일 차 발대식
이름은 ‘여름 캠프’였지만, 실상은 그 이상이었다. 이 축제는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전 과정에 참여하는 종합 예술 축제에 가까웠다. 일정의 중심은 8월 6일 저녁에 열린 합동 공연 준비 리허설이었고 남은 시간은 참가자들과 예술가들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할 수 있는 장으로 마련되었다.
이번 축제의 전체 연출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교수이자 저명한 작곡가인 최우정 총감독이 맡았다. 공동 감독은 유럽 무대를 중심으로 국제 합창단에서 활약하며 명성을 쌓아온 세계적인 성악가 사무엘 윤, 무용 부문은 국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김보라 안무가가 담당했다. 세 명의 예술감독은 서로 긴밀히 협력하며 오케스트라, 무용, 합창을 유기적으로 엮어내어 그야말로 독창적이고 단 한 번뿐인 무대를 완성해냈다.
연극적 요소 또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였다.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해외 관객조차 감동할 만큼 공연의 완성도는 높았다. 또 다른 백미는 아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선보인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Cavalleria Rusticana)> 중 간주곡(Intermezzo) 무대였다. 여기에 아방가르드적인 무용이 결합해 웬만한 전문 공연에서도 쉽게 접하기 힘든 깊이와 예술성을 보여주었다.
  • 꿈의 오케스트라 및 꿈의 무용단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 합동공연
  • 공식 주제가 <나의 내일을>에 맞춘 꿈의 무용단 케이팝 공연
축제의 주제가인 <나의 내일을(My Tomorrow)>은 총감독인 최우정 교수가 작곡한 곡이다. 그는 전국의 아이들을 인터뷰하며 ‘꿈’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곡을 완성했다. 이 곡은 두 가지 버전으로 무대에 올랐다. 하나는 전국 각지의 꿈의 무용단이 참여한 케이팝 편곡 버전이었고, 다른 하나는 오케스트라가 국제 합창단, 무용단, 그리고 낭독과 함께 선보인 대규모 앙상블 버전이었다. 두 무대는 모두 이번 축제의 핵심 주제인 ‘첫 숨결(The First Breath)’을 상징적으로 구현하며 강렬하게 전달하였다.
또한 이번 교류 캠프는 참가비가 전액 무료였으며 대도시 이외 지역의 아이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졌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가정의 경제적 여건과 상관없이 누구나 함께할 수 있었다. 특히 태국, 말레이시아, 일본에서 온 60명의 어린이와 인솔자들의 여행과 참가 비용은 한국 정부가 전액 지원하여 국제적 교류의 의미를 한층 더 깊게 하였다.
재정적 지원을 넘어, 아이들이 경험하는 문화 교류가 진정으로 풍요로울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이어졌다. 간식과 음료 같은 작은 부분부터 정성스럽게 준비된 환영 선물까지, 섬세한 주최 측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캠프가 끝난 뒤에는 참가자들이 서울에서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도 마련되었다. 한복을 입어보고, 첨단 문화 시설을 둘러보고, 케이팝 무대를 직접 체험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아이들이 배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 해외 청소년 합창단원 한국 전통놀이 체험
특히 일본 참가자 중에는 시각장애가 있는 도쿄어린이앙상블 소속 7명(전맹 4명과 저시력 3명)이 포함되어 있었다. 주최 측은 이들을 위해 일본어에 능통한 통역사와 자원봉사자 동행 등 각별한 지원 환경을 제공했다. 도쿄어린이앙상블 소속의 저시력 청소년인 하야토(17세)와 후쿠시마 소마어린이합창단원 에이고(12세)는 축제 참여 소감을 전했다.
“관객들이 흔드는 펜라이트 불빛으로 공연장이 쫙 밝아지는데, 진짜 전에 한 번도 못 느껴본 감동적인 분위기였어요. <나의 내일을> 공연에서는 연주자랑 앙상블이 전부 하나가 된 것 같은 진짜 일체감을 느꼈고요. 마지막에 색종이까지 쏟아지니까 분위기가 완전히 터져서 아마 평생 못 잊을 것 같아요.” – 하야토 도쿄어린이앙상블 단원
“오기 전까진 한일 관계가 좀 긴장돼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에 만난 사람들 모두가 너무 따뜻하고 친절해서 정말 감동했어요. 시설도 다 좋았고, 스태프랑 자원봉사자분들이 세세하게 챙겨주셔서 너무 고마웠어요. 그래서 한국에 대해 큰 감사한 마음이 생겼고, 나중에 꼭 한국분들께 보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에이고 소마어린이합창단 단원
흔히 한국의 문화예산 규모가 일본의 20배가 넘는다고들 한다. 그러나 이번 방문에서 실감한 것은 단순한 재정적 규모만이 아니었다. 젊고 우수한 인적 자원이 풍부하게 존재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조직하고 지속시키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비롯한 정부 차원의 탄탄한 체계가 뒷받침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번 꿈의 무대를 통해 소중하고도 잊지 못할 시간을 보낸 아이들을 대신해 이 행사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한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 앞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엘 시스테마 재팬의 파트너십이 더욱 공고해져, 미래의 협력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기쿠가와 유타카 菊川 穣
기쿠가와 유타카 菊川 穣
1971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났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지리학 학사(우등 학위)를, 런던대학교 교육연구대학원(Institute of Education)에서 정책학 석사를 취득하였다. 이후 아프리카 전역에서 유네스코와 유니세프에 몸담으며 교육, 아동 보호, HIV/AIDS 프로그램을 수행했고 일본 유니세프협회에서 동일본 대지진 긴급 구호 및 복구 사업을 총괄했다. 2012년에는 엘 시스테마 재팬(El Sistema Japan)을 설립했다.
ykikugawa@elsistemajap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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